등록 : 2006.07.13 21:22
수정 : 2006.07.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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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첩 ‘숨겨진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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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책
인류의 역사는 항상 권력을 가진 자들 혹은 역사의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재단되고 왜곡되어 왔다. 이는 비단 국가나 민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종교적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소설 <다빈치 코드>가 근거로 했던 비경전이나, 당시 지대한 영향력을 가졌던 성 이레니우스 주교가 이단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한 이후 신약성경에 포함되지 못한 채 1800년 동안 세상에서 사라졌다가 지난 4월 그 모습을 드러낸 <유다복음>의 경우가 그러하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성서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성서가 확정되기까지에는 수백 년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구약성서는 기원전 250~130년 그리스어로 된 ‘70인역’이 완성됨으로써 확정되었지만, 신약성서가 확정된 것은 기원후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였고 이 결정이 이루어진 후 성서 경전의 수십 배에 달하는 문헌들은 비경전으로 제외되고 배척당하는 수난을 겪게 되었다. 이렇게 타협 없는 종교적 이분법과 유일신앙의 확장을 위한 기득권 교회의 박해로,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누락되어 땅에 묻힌 위험한 문헌들은 사실 그 무렵 공인된 성서들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었을 만큼 종교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따라서 <유다복음> 발굴 이전인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에서 발굴된 52편의 문헌과 1947년 이스라엘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사해문서> 등을 세계 최초로 묶은 문학수첩의 <숨겨진 성서>는 그 의미와 가치가 각별하다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이솝이야기>와 <천일야화>, <탈무드> 등의 원전인 <아히카르 이야기>와 명료하고 유머에 넘치는 공상으로 우주와 인간, 그리고 알파벳에 이르는 창조의 신화와 아담과 이브의 새로운 낙원까지 펼쳐 보여 준 <하가다>, 엄청난 충격과 새로운 놀라움으로 재발견되는 장난꾸러기 어린 예수를 그린 <토마스 복음>, 성모 마리아의 생애가 생생하게 그려져 소설 <다빈치 코드>의 근거가 되었던 <요셉의 분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숨겨진 성서>가 지닌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인류사에 있어서 커다란 획을 그었던 기존 성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신·구약성서가 경전으로 확립되기 이전인 초대 교회 당시 신자들의 윤리관, 가치관, 종교적 의식 구조 등을 이해하는 데 소중한 필요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둘째는 <숨겨진 성서>가 지닌 아름다운 문체, 놀라운 상상력, 풍부한 설화로 인해 그 자체가 미학적·문학적으로 가치 높은 예술작품이 될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지중해와 유럽의 미술과 문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숨겨진 성서>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단테나 밀턴, 초서, 셰익스피어 등 세계 최고의 작가들에게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원천이었으며, 카타콤 벽화, 고대 기독교의 장식들, 초기 바실리카의 모자이크, 중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등 미술과 음악뿐만 아니라 장구한 세월 억압되어 왔던 풍요한 자산을 재발견하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빈치 코드>와 <유다복음>의 논란으로 비경전에 관심이 높아진 이때, 좀 더 본원적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독자는 종교적 관점과 교양 차원 모두에서 보여지는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며, 기존의 우리 사고를 뒤집는 도전적이고 충격적인 힘에 기꺼이 압도당할 것이다. 이는 1천5백년도 넘는 세월 동안 숨겨져 있던 ‘위험한 경전’이 오래되고 아름다운 지혜의 보물창고로 우리에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김병호/문학수첩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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