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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13 21:29 수정 : 2006.07.14 17:11

굿뉴스
데이비드 스즈키·홀리 드레슬 지음. 조응주 옮김. 샨티 펴냄. 2만5000원

자원의 보존과 가치라는 ‘지속가능한 세계’ 위한
2차 산업혁명이 도래하고 있다는 <굿뉴스>
무조건적인 자본주의 적대감 경계하면서도
대외원조 통해 지구촌 빈곤해결 낙관하는 <빈곤의 종말>

<굿뉴스>(샨티 펴냄)와 <빈곤의 종말>(21세기북스 펴냄)은 제목 그대로 ‘희망’을 얘기한다. 그렇지만 둘 사이에는 문제를 보는 시각과 관심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왜 ‘굿 뉴스’인가? “환경을 위해 싸우려면 희생과 금욕으로 무장해야 하며, 환경파괴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자기 통제와 감시를 생활화해야 한다는 식의 태도였다. 그러니까 지구를 구하려면 육식, 커피, 여행 따위는 포기해야 되는 줄 알았다. 한마디로 더 깨끗한 공기와 물을 위해, 그리고 식물과 토양과 동물을 보존하기 위해, 인간은 인생의 재미를 조금 포기하고 자기만족을 추구할 기회도 덜 가져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니 얼마나 ‘좋은 소식’인가. “인류가 지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일에 투자하면 인류는 오히려 ‘두배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데.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는 버려야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만8000원
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 등 저자들은 이를 두고 ‘혁명이 도래했다’고 했다. 혁명은 과거와의 결별을 뜻한다. “오늘날의 경제원리는 소비자의 욕망을 확대하여 산업사회의 생산성과 고용을 증가시킴으로서 부의 확대 및 분배를 꾀한다는 취지에서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는 이미 부를 가진 집단이 지구상의 모든 천연자원과 인간문화를 남김없이 정복하고 착취하는 도구로 점차 변질되고 말았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 브레튼우즈, 자유무역협정(FTA), 세계화, 그리고 신자유주의 따위로 대변되는 지금의 세계다. 이는 첫번째 산업혁명의 연장이다. 그 요체는 “자원의 채취(소모)와 돈”이다. 이를 지양한 2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자원의 보존과 가치”다. 바로 지속가능한 세계다.

예컨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식당 ‘화이트독 카페’는 잔인한 방식으로 사육되지 않은 고기만 사용하며, 유기농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유전자변형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용유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민고객들을 상대로 다양한 세상사에 관한 간담회를 주최하고 아동보호를 위한 빈민가 탐방도 후원한다. 각종 집회나 시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통편을 마련해주며 축제와 같은 대규모 지역행사도 열고 제3세계 자매식당을 찾아볼 수 있도록 여행경비도 지원한다. 고객은 이런 사회적 활동 때문이 아니라 “음식이 정말 맛있어서” 이 식당을 찾는다. 75명의 상근직원과 25명의 파트타임 직원이 일하는 이 식당 연간 매출액은 500만달러, 순익은 30만달러.

빈민지원 유기농 식당이 혁명가

혹독한 빈부격차와 급속한 자원·환경 파괴로 빨간등이 켜진 자본주의체제는 이대로 지속가능할까? 인도 뭄바이의 기찻길 옆 빈민촌. 3미터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을 통과하는 기차에 치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다른 위생시설이 없어 사람들은 배변행위도 기찻길에서 한다. 21세기북스 제공
주인인 ‘혁명가’ 쥬디 윅스가 말하는 이 식당의 사명은 “고객에게 봉사하고, 지역공동체에 봉사하고, 직원들끼리 서로 봉사하고, 자연에 봉사하는 것”이다. 주디가 가져가는 연봉은 6만5천~10만달러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며 기업 전체로서도 절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이 점이 바로 주주들의 금전적 단기이익 극대화를 지상최고의 목표로 삼는 주식회사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 가운데 하나다. 책에는 이 ‘다름’을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대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지금의 상업주의·이윤지상주의 세계는 결국 생태환경을 파괴·고갈시키고 인간관계와 인간성마저 파괴한다. 저자들은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런 세계의 한계를 절감하고 “영원한 인간의 행복, 광범위한 정의와 평등,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열어주는 2차 산업혁명에 대해 지구 각지에서 동시에 눈뜨고 있다는 데서 ‘희망’을 발견한다.


2025년 ‘극단적 빈곤’ 해결 가능해

<빈곤의 종말>은 현재 해마다 800만명 이상이 가난 때문에 죽어가는 지구촌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데서 ‘희망’을 본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하루 소득이 1달러 이하인 극단적 빈곤인구는 1981년 약 15억명에서 크게 줄기 시작했으나 2001년 현재까지도 11억명에 이른다. 하루 소득 1~2달러로 살아가는 중위의 빈곤인구는 16억명. 지난 20년간 세계 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해온 제프리 존스 교수는 2015년까지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고 2025년까지는 극단적 빈곤을 없애자는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 달성에 낙관적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경제특별고문으로도 활동해온 그는 세계 부자나라들이 향후 10년 동안 대외원조를 좀 늘려준다면 이런 목표달성은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기에 빈곤의 극복은 빈자들을 발전과 성장으로 가는 사다리의 첫 계단에 올려놓기만 하면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다. 요컨대 빈곤은 생존마저도 여의치 않아 축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또는 패망한 사회주의체제나 초기 비동맹시절처럼 패쇄적 발전정책 등 전략상의 오류 때문에 심화된 것이며, 외부의 지원을 통해 그들에게 그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만 하면 극복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구자원이나 환경이 인류의 무한발전을 물리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을까, 지금의 빈곤문제는 단지 빈자들 탓인가 등의 <굿뉴스>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희박하다. 제프리 존스도 미국과 대기업, 국제통화기금 등 강자들의 자기중심적 행태를 비판하면서 무분별한 세계화,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으나 제한이나 규제 등 ‘개량’적 차원이 아니라 가치체계 내지 문명 자체의 근본적 전환을 희구하는 <굿뉴스>쪽과는 다르다. 존스는 반세계화운동에 대해서도 그 도덕적 열정에는 동의하지만 경제성장과 대폭적인 빈곤 감소 효과를 가져다준 세계화를 긍정하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무조건적 적대감을 경계했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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