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0 19:32
수정 : 2006.07.21 16:23
|
복숭아 향기
이명랑 지음. 샘터 펴냄. 8500원
|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친형제보다도 더 가깝게 살을 부비며 사는 곳, 이곳 영등포 시장이 바로 나의 고향이다.”
영등포에서 태어나 지금도 영등포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하고 있는 작가 이명랑(33)씨가 시장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산문집 <복숭아 향기>(샘터)를 내놓았다. 봄의 딸기 향기에서 시작해 여름 직전의 살구 향기, 여름의 참외 향기, 가을의 사과 향기, 겨울의 귤 향기까지 영등포 청과물 시장은 철 따라 과일 향기가 떠나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향기는 과일 향기보다는 사람의 향기라고 하는 편이 옳다. 그 자신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으면서도 역시 알레르기가 있는 딸을 위해 부스럼을 감수하며 맛있는 넥타를 만들어 주시던 아버지, 엄마가 집을 나간 뒤 시장 바닥의 천덕꾸러기가 된 두 살배기 계집아이를 저마다 딸로 삼아 돌보는 시장 사람들, 과일 살 돈이 없는 어미를 위해 저마다 과일 상자를 내놓는 가게 주인들…. 수많은 걱정거리들 속에서도 “아주 잠깐이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