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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7.20 20:46 수정 : 2006.07.21 16:25

돌연변이
아먼드 마리 르로이 지음, 조성숙 옮김. 해나무 펴냄, 1만8000원

변이유전자 300개씩 타고나 다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모두 우연성 게임의 패배자
왜곡된 시선 바로잡아

생물교과서를 빼면 실생활에서는 쉽게 마주칠 수 없는 돌연변이란 말을 우리가 종종 접하게 되는 장은 영화다. 영화가 항상 그렇듯 영화속 돌연변이는 돌연변이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과 감정의 평균치-특히 두려움을 중심으로-를 보여준다. 그 내용들은 어떤 동물이 방사선을 쪼이는 바람에 덩치가 산처럼 커져 ‘괴물’로 변한 뒤 인간을 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주 간혹 <닌자 거북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얻은 동물이 인간을 돕기도한다.

영화 속 ‘돌연변이’의 주체가 인간인 경우 더 철학적이거나 실존적인 문제가 된다. 돌연변이 인간은 ‘극소수’인 탓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소수자가 되어 다수의 폭력에 희생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엑스맨> 시리즈처럼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인간들은 이들을 두려워하는 비돌연변이 인간들의 공격에 쫓기고, <헐크>나 <데어데블>처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초능력이 생긴 대신 모든 평범한 행복을 빼앗기는 바람에 실존적 고뇌에 빠진다. 실제 기형 인물들이 출연해서 정상인들을 단죄하는 장면을 담은 영화 <프릭스>(1932)는 영화사의 초기에 일찌감치 이런 문제를 시사했다.

그러면 실제 현실에서 돌연변이의 문제는 어떤 것일까?

분명 영화에서처럼 초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통념상 ‘기형’의 문제다. 분명한 것은 돌연변이로 불리는 이들이 혐오의 대상이자,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이들 돌연변이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나 과학적 견해 또는 판정은 다른 모든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판정이 그래왔듯 시대의 변화와 과학발전의 성과에 따라 바뀌어왔다. 인간의 돌연변이 문제를 파고드는 이 책 <돌연변이>의 지은이 아먼드 마리 르로이는 가장 최근까지의 과학적 성과를 기초로 돌연변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왜곡된 시각을 바로잡고자 한다.

책은 인간에게 일어날 수 있다는 온갖 돌연변이 현상들을 훑는다. 결합쌍생아나 거인증처럼 비교적 널리 알려진 증상들을 비롯, 뼈와 결합조직이 마구 성장해 불거져 나와 얼굴과 사지가 기형적으로 일그러지는 증후군으로 전세계적으로 환자가 60명밖에 안된다는 ‘프로테우스 증후군’, 유방이 복부나 겨드랑이 등에 더 생기는 다발성 유방, 목덜미에 또다른 귀 조직인 살덩어리들이 튀어나오는 과다외이, 백색증과 다모증, 눈이 하나인 채로 태어나는 ‘키클롭스’…. 이런 다양한 증상에 대한 역사적 기록,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살핀 뒤 현재 과학으로 밝혀낸 그 원인과 의미를 설명한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돌연변이에 대한 의문은 곧 인체가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질문과 이어진다. 하지만 게놈지도가 만들어지는 지금까지도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최대한 밝혀진 원인을 설명하고 섣부른 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돌연변이 현상은 여러가지여도 지은이가 들려주는 결론은 한결 같다. 돌연변이란 특정 유전자의 결함이며 그 원인은 아직은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변이’는 생물학적으로 인간 모두에게 발생과정에서 해당되는 현상이라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인간 유전자는 변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며, 날 때부터 건강에 해를 줄 수 있는 돌연변이를 300개씩은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우연히 미미한 수준의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치명적인 돌연변이를 가지고 태어날 뿐이란 것이 책의 요지다.

책이 소개하는 프랑스의 기형학 연구자 에티엔 조프루아 생틸레르는 기형이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자연적 힘의 결과라고 보고 “괴물은 없다, 그리하여 자연은 하나다”란 말을 남겼다. 지은이는 이 말을 이렇게 이어받는다. “돌연변이는 우리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우리 모두가 패배하는 우연성의 게임이다. …우리 모두가 돌연변이이다. 단지 사람마다 정도가 다를 뿐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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