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0 21:52
수정 : 2006.07.20 21:52
22년간 2600여점 모은 베닛
“한국, 자료수집 관심 없는듯”
22년간 전세계를 누비며 1860년대 이후 구한말 사진과 엽서, 출판물 등 2630점을 모아 소장하고 있는 영국인 테리 베닛(56)은 19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남가주대학(USC) 한국학도서관(관장 조이 김)을 방문해 소장품을 소개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베닛이 갖고 있는 사진들은 1866년 병인양요때 프랑스 사진가가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3장의 인물 사진, 19세기 유명한 사진가 펠릭스 비아토가 촬영한 2권의 앨범(75장), 아직 공개되지 않은 1890년대 블라디보스토크 한인촌 풍경 등 희귀하고 역사적으로 소장가치가 큰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1997년 출간한 사진집 〈Korea Caught in Time〉에는 소장품 가운데 151장만 엄선해 실었는데도 구한말 풍속과 복식, 사회 연구에 필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이제는 한국 정부나 관련 학회, 연구기관이 소장하고 연구해야 할 때”라며 우선 미국내 도서관 및 학술 재단을 상대로 구매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베닛은 “얼마전 옥션에서 1904년에 찍은 에드워드 스타이큰의 풍경 사진이 292만8000달러에 팔리는 등 오리지널 사진에 대한 가치는 날이 갈수록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내가 갖고 있는 작품들은 한국 관련 기관에서 꼭 소장해야 할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2년전 일본 사진을 수집하면서 가끔씩 발견되는 한국 관련 사진들을 한켠에 놓아두었는데, 일본 사진 1000장에 1장 정도로 발견되는 희소성에다 서민적이고 독특한 한국 풍경에 매력을 느껴 전 세계를 찾아다니면서 수집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특히 “1800년대말과 1900년대초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를 이해하게 되면서 이들 사진의 역사적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고 그런 사진들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베닛은 “이미 2권의 사진집을 냈고 올 가을 또다시 2권을 발간할 예정인데, 일본은 오래 전부터 사진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오리지널 희귀본을 소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반면에 한국은 조악한 카피본에 만족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국립박물관 등에 들러 소장품에 대해 얘기했지만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