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4 21:11
수정 : 2006.07.2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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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태종 무덤의 북쪽 기슭에서 나온 진덕여왕으로 추정되는 좌상의 명문 조각. ‘신라…군(新羅…郡)’이란 일부 직위명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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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라사 연구자 사진 공개…복식 고증 희귀자료
당나라와 연합하며 삼국 통일의 초석을 놓았던 신라 진덕여왕(?~645)의 석상 조각과 그의 직위를 새긴 명문 조각이 최근 중국 시안 근교 당나라 태종의 무덤 주변에서 출토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의 신라사 연구자인 베이근신 중국 산시 사범대 역사문화학원 교수가 지난 20~21일 열린 일연학연구원 국제학술대회 ‘일연선사와 삼국유사’(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이같은 사실을 명문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그는 ‘<삼국유사>에 보이는 나당관계 내용의 새로운 검토’라는 논문을 통해 82년과 2002~2003년 시안 근교인 산시성 리취앤 현 동북쪽의 당 태종 이세민(재위 626-649)의 소릉 주위에서 ‘신라…군(新羅…郡)’, ‘…덕(德)’ 등의 명문이 새겨진 진덕여왕 석상 좌대와 그의 것으로 보이는 석상 머리와 하반신 부분 조각들이 발굴됐다고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진덕여왕의 석상 유물은 태종의 소릉 주위에 도열했던 14개 나라 번왕(조공한 나라의 왕들)들의 좌상들 가운데 일부다. 바이 교수는 84년 나온 현지 연구보고서의 내용을 빌어 여왕의 머리와 하반신 조각은 82년 소릉 박물관의 제단 정비과정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석상 머리 부분은 ‘두발이 정수리 부분에서 머리 뒤쪽으로 갈라져 내려와 뒤로 땋아 묶어 상투 같은 흔적이 있는’ 얼개이며, 같은 시기 산문 밖 동북쪽 약 1000미터 부근에서도 ‘둘로 쪼개졌으나, 합치면 온전한 하반신이 되며 삼중으로 된 장포를 입고 있는’ 석상 조각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현지 학계에서 이들 석상 조각을 <장안지>에 소개된 ‘신라낙랑군왕김진덕’상의 남은 부분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2002년 7월부터 산시성 고고연구소가 소릉 북쪽 북사마문 유적을 전면발굴한 결과 ‘신라…군왕…’ 명문이 새겨진 석상 좌대의 잔해를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후대인 송나라 때 당나라 장안 사적을 기록한 <장안지>에 적은 기록과도 일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장안지>는 태종릉에 도열한 14국번군장상의 사적을 언급하면서 그 중 하나의 석상 좌대에 ‘신라낙랑군왕김진덕’이라는 명문이 새겨져있었다고 적고 있다. ‘낙랑군왕’은 당나라가 신라 임금을 책봉하며 내린 제후의 명칭이다.
당 태종의 무덤 주변에서 ‘신라낙랑군왕’ 명문조각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2004년 국내 학계에 일부 소개된 바 있으나, 명문의 주인이 진덕여왕을 뜻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한상 동양대 교수는 “새로 발견된 진덕여왕 석상·명문 조각들은 신라 복식에 대한 희귀 실물자료일 뿐 아니라, 다른 신라 유물들의 연대 추정에 큰 도움을 주는 절대 연대 유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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