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해서는 결국 부모의 안목이 필요하고, 부모가 안목을 가지려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독서지도에 관한 책이나 신문, 인터넷 등을 이용해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라고 하면서 부모가 공부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부모부터 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처음엔 부모가 골라주지만 결국엔 아이가 스스로 고르는 능력을 갖게 해야 한다. 책을 스스로 고르는 것은 책읽기 습관을 들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어른들도 일단 자기가 고른 책은 열심히 보려고 한다. 무엇인가 끌리는 것이 있기 때문에 고른 것이고, 그 끌림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선택한 책은 잘 읽는다. 책과 친하게 하고 싶다면 스스로 고르게 해야 한다. 책을 스스로 고르라고 하면 처음엔 자신의 흥미만을 쫓을 수도 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막연한 학습 효과만을 선전하는 책들은 책 고르는 사람을 현혹한다. 특히 아이들은 그런 책에 쉽게 넘어간다. 따라서 초기에는 책 고르기에 대한 부모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연히 부모도 나쁜 책에 현혹되지 않는 눈을 가져야 한다. 책 고르기를 지도할 때는 원칙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골라라!’, ‘오래도록 갖고 싶은 책을 골라라!’와 같이 원칙적인 조언이 좋다. 좋은 책이 어떤 것인지 직접 골라 추천하는 것도 좋고, 아이가 선택한 책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주는 것도 좋다. 그러나 도움말은 어디까지 도움에 그쳐야 하고, 최종 판단은 아이 스스로 하도록 맡겨야 한다.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이의 결정을 존중하고 일단 읽은 후에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책 고르는 능력을 키우는데 아이 이름으로 된 ‘도서대출 카드’를 만들 것을 권한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도서대출 카드를 이용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고, 책을 반납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라는 것이다. 대출카드를 자주 활용하다보면 책과 친해지고, 책 고르는 능력도 키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간혹 어떤 도서관은 주민증을 요구하며 학생 이름으로 도서대출 카드를 만들어주지 않는데, 옳지 못한 제도라고 여겨진다. 한 쪽으로 편향된 책만 선택하지 않고, 만화와 화려한 캐릭터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며, 편견과 왜곡으로 물든 책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책을 고르는 능력이다. 이러한 책 고르는 능력은 세상을 보는 눈과 같다. 한쪽으로 취우치지 않고 골고루 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은 자기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며, 겉모습만 화려한 책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알아보는 능력과 연결된다. 책을 고르는 능력은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며, 자기에게 필요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동일하다. 이처럼 좋은 책을 고를 줄 아는 아이는 세상을 볼 줄 안다.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안다. 아이들의 인생에 이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필요할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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