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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특허국 직원으로 일했던 스위스 베른의 시계탑. 아인슈타인은 여러 시계의 시간을 맞추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특수상대성이론의 결정적 단초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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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갈릴레오 ‘진자의 등시성 원리’ 발견
100년 뒤 하위헌스 첫 자동 진자시계 발명
산업혁명 이래 ‘시간은 금이자 돈’
두 도시 시간 맞추기 고민하던 특허국 청년
‘시간 상대성’ 알아냈으니 그가 바로 아인슈타인
기술 속 사상/⑮ 시계의 역사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표준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각도와 시간. 각도의 표준은 360도에서 얻어지고, 시간의 표준은 천체의 운행에서 1년과 하루를 정함으로써 얻어진다.
예전에는 천체의 운행이 자고로 하늘의 뜻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졌기 때문에, 시간을 정하고 기록하는 일이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였다. 세종시대에 장영실과 함께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를 만든 김빈은 “제왕의 정사에 때를 바로잡고 날을 바르게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천 년을 헤아리는 것도 한 시각도 틀리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며 모든 치적의 빛남도 촌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고 적고 있다. 하늘의 뜻에 따라 나라를 통치하던 역대 왕들이 시간에 정성을 다했던 이유기 이것 때문이었다.
기원전 4천년 바빌로니아 해시계
시계의 역사는 기원전 4천년 바빌로니아 해시계에서 시작되었다. 그 다음 물시계가 개발되었고, 모래시계도 만들어졌다. 중세 시대에는 초를 태워서 시간을 알리는 초시계도 생겼다. 기계 시계가 만들어진 것은 대략 13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기계시계의 개발에는 탈진기(脫進機 escapement)라고 기어의 회전을 일정하게 하는 장치가 필수적이었다.
그렇지만 당시 시계들은 정확하지 않았다. 하루에 한 시간이 틀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세종대왕이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를 개발한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당시에 쓰던 시각장치가 정확하지 못해서 시간을 알리는 관리들이 중벌을 받는 경우를 염려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시각에 따라 스스로 알릴 수 있는 시계”를 만든 것이 자격루였다. 자격루는 시간을 알리는 나무인형이 물시계를 지키는 관리의 노고를 덜어주는 자동 기계였다.
16세기 말에 갈릴레오가 진자의 등시성 원리를 발견하면서 시계의 자동화의 역사에 결정적 계기가 생겼다. 추의 길이가 같으면 진폭에 관계없이 추가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것이 갈릴레오의 원리였다. 그렇지만 이 원리를 추시계에 적용하는 데에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보통 추의 경우 등시성이 정확하게 만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네델란드의 물리학자 호이겐스에 의해서 17세기 후반에 해결되며, 호이겐스는 정확한 진자시계를 처음 만든 사람으로 유럽 전역에서 큰 명성을 얻었다.
이로부터 100년이 더 지난 18세기 후반, 영국의 기계공 해리슨은 80일 동안에 5초가 틀리는 정밀 시계 크로노미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된 데이바 소벨의 <경도>에 소개되어 잘 알려진 에피소드로, 해리슨의 시계는 오랫동안 항해하는 배에서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쓰였다. 19세기 말엽에는 수정시계의 원리가 개발되었고, 20세기 초엽에는 손목시계가 등장했다. 20세기 중엽에는 원자시계가 만들어져서 시간의 표준으로 설정되었으며, 1970년대에 액정시계가 개발되어 디지털시계의 시대를 열었다.
시계가 확산되면서 생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사람들이 시간에 맞추어 생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시계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던 산업혁명 이전의 방적공들은 “당신은 월요일을 일요일의 형제로 알고 있어요/화요일도 마찬가지고요… /금요일에 실을 잣기에는 너무 늦어요/토요일, 다시 절반만 일하지요”라는 노래를 부를 정도로 시간에 대해 무심했다. 농촌에서는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리듬이 지배적이었다.
그렇지만 공장의 기계가 시계에 맞추어 돌아가고, 인간의 노동이 기계의 시간에 맞추어지면서 노동은 시간 단위로 쪼개졌다. 산업혁명 당시 한 공장은 오전 5시에서 오후 8시, 또는 오전 7시에서 오후 10시까지를 노동시간으로 공표하면서, 이중 1시간 30분을 아침과 점심식사 등에 할당했다. 또 다른 제철소는 감시원에게 노동자들이 시계를 바꿀 수 없도록 잠가놓으라고 명령했다. 이 제철소에서는 매일 아침 5시에 감독관이 근무 시작을 알리는 벨을, 8시에는 아침 식사 벨, 한 시간 반 뒤에는 다시 근무 벨, 12시에는 점심식사 벨, 1시에는 작업재개 벨을 울리며, 8시에 작업 종료 벨을 울리고 모든 문을 잠갔다.
출근시간 찍던 펀치카드사 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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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계시계 중 하나인 영국의 솔스베리 시계 (1386).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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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서울대 교수·과학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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