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7 21:49
수정 : 2006.07.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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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윈 ‘마크 트웨인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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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이책
혼자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 있다.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었을 때나 맛난 음식을 먹게 될 때면 어김없이 가까운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음에는 함께 와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것을 나누면 그 두 배의 기쁨이 되어 돌아오는 법이니 이렇게 좋은 법칙이 또 있을까. 이 자리를 빌려 편집인으로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책을 소개하게 되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그동안 편집한 책을 죽 돌아보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지당하지만 어쩌랴, 그중에는 좀 더 정이 가는 손가락이 있는 것을. 편집 과정에서 나를 유난히 고생시키며 온갖 미운 정 고운 정을 들게 만들고 오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 책, 바로 <마크 트웨인 자서전>이다.
숱 많은 곱슬머리와 부메랑 같은 콧수염, 고집스레 앙다문 입술과 범상치 않은 눈빛, 그리고 담배연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의 앞부분에 실린 마크 트웨인 사진 모음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 독특한 모습 위로 이 위대한 이야기꾼이 생전에 보여줬던 기상천외하고 유머와 위트가 가득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겹쳐 떠오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이 누군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왕자와 거지>까지, 모든 이들이 알게 모르게(사실 어린 시절 <왕자와 거지>를 동화책으로 읽으며 그 작가의 이름까지 기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한 작품 이상씩은 거쳐 가게 되는 이 작가는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작품을 썼으며 지금까지도 영미문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대가로서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자서전을 읽으며 우리는 낄낄거리고 웃다가 숙연해지고 또 눈시울을 붉히다가 다시 웃게 된다. 말 그대로 웃음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웃음과 감동이 있는 책― 흔하고 가벼운 책이라는 말로 듣는다면 지하에 있는 트웨인이 오늘밤 꿈속에 부리부리한 눈을 더욱 부릅뜨며 나타날지도 모른다. 마음껏 웃을 수 있고 또 진한 감동에 마음이 풍요로워지며 가까이 꽂아 두고 언제 어느 곳을 펴보아도 늘 재미있게 읽고 또 읽을 수 있는 책을 우리는 얼마나 보아 왔는가. 나에게는 현재 이런 책이 두 권 있는데, 그 중 한 권이 이 책, <마크 트웨인 자서전>이다.
500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자주 들춰 보게 되는 부분은 트웨인의 가족 이야기다. 기막힌 재치로 결혼에 성공하여 가정을 꾸린 트웨인은 항상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로 가족과 함께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큰딸 수지가 13살 때 아버지에 대해 쓴 전기도 중간에 삽입되는데 이는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트웨인 자서전만의 독특한 부분을 형성하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트웨인은 또한 작가로서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표절 시비’와 ‘저작권 논쟁’은 지금도 유효한 내용으로 읽는 이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외에도 종교와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의 내용도 눈에 띄며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빼놓을 수 없어 대가로서의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놓기 어려운 이 책을 나는 가까운 이들에게 주저 없이 권한다. 내가 읽어보니 좋은 책, 그래서 다른 이들도 꼭 읽어 보았으면 하는 책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올 여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때로는 즐거워하고 때로는 화내며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삶을 논하는 대작가의 우렁우렁한 목소리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어린 시절, 마룻바닥에 배 깔고 누워 옥수수를 뜯으며 <톰 소여의 모험>을 읽었던 추억은 덤으로 하고.
이은주/고즈윈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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