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7 21:48
수정 : 2006.07.2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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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월과 소내의 미학
김진석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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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포월과 소내의 미학>은 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진석(인하대 교수)씨가 한국적 개념의 힘으로 시도해 본 미학 이론서다. 서양의 개념과 맥락을 붙좇지 않고 우리 고유의 미적 경험과 사유로써 독자적인 미학론을 펼치겠다는 포부가 야무지다. 이에 앞서 그는 <소외에서 소내로>라는 제목의 문학비평집을 낸 바 있다. 여기에다, 계획하고 있는 철학서가 덧붙여지면 포월과 소내라는 독창적인 개념에 입각한 문학·미학·철학서 삼부작이 완성되게 된다.
김진석씨의 사유와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포월’과 ‘소내’라는 말부터가 생소할 테다. ‘포월(匍越)’은 ‘초월’에 상대되는 개념. 산뜻하게, 또는 우월한 처지에서 뛰어넘는 게 아니라 바닥을 기듯이, 대상을 감싸 안으면서 간신히 넘어간다는 뜻이다. ‘소내(疎內)’는 ‘소외’에 맞서는 말. 소외의 부정적이며 피동적인 어감을, 주체적이며 적극적인 태도로써 보완한 것이다. 요컨대 초월은 낮추고 소외는 높이는 주체 쪽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강조한 창안이라 하겠다.
회화론인 <그리기의 틀과 탈, 닮음의 환상>은 서양미술사를 지배해 온 구상과 추상의 이분법을 통렬하게 전복하고자 한다. 좁게는 미셸 푸코의 유명한 논문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대화의 상대로 삼는다. “20세기 추상화 이전의 모든 구상화가 순진하게 유사와 재현의 믿음에 봉사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현대 미술사에 내재된 독단이나 자만심이 아니었을까.” 그는 차라리 좁은 의미의 재현이 아니라 ‘환상’의 개념 아래 구상과 추상을 통합하고자 한다. “현실과 닮으면서, 심지어는 그것을 빼닮으면서 현실을 다르게 만들고 다른 현실을 재창조하는” ‘환상’이야말로 원시 동굴벽화에서부터 20세기 이후의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미술품의 창작과 감상을 통괄하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회화를 포함해 사진, 영화, 건축, 춤과 미학이론을 아우르는 15편의 글이 묶였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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