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3 18:46
수정 : 2006.08.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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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마고북스 펴냄.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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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독서
사표 던지고 집을 팔아 부부 또는 가족 단위로 세계일주를 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러나 직장을 다니는 엄마가 휴직계를 내고 어린 두딸을 데리고 전국여행을 다녀왔다는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비록 14일간의 여행이긴 하지만, 3번 국도를 따라 서울에서 이천, 충주, 괴산, 상주, 거창, 진주, 고흥을 거쳐 내친김에 제주·마라도까지 갔다. 난생 처음으로 장만한 가족텐트로 야영이 가능한 곳에선 야영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여관을 찾았다.
여기까지 보면 대단한 의지력과 모험심, 협동심으로 똘똘 뭉친 다소 유난한 가족일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출발하기 전날까지 ‘꼭 이 여행을 해야 하나’며 수십번도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엄마와 ‘비행기’와 ’제주도’라는 말에 겨우 여행길에 오른 딸이다. 더위와 싸우고 길을 헤메고 갑작스런 폭우에 밤을 새다보니 아이들은 도대체 불만투성이고, 엄마도 짜증이 폭발해 일주일만에 “여행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집으로 가자”고 소리까지 질렀다. 그러나 외려 이런 과정을 통해 엄마는 이 여행의 소기 목적을 달성한다. 원래 이 여행은 무섭게 자라는 사춘기의 딸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머지않아 부모 품을 떠나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입하기 전에 24시간 전면적인 모녀 관계를 맺어보자며 기획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만큼은 만족스럽게 이뤄진 셈이다.
저자는 ‘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고 책 제목을 정하긴 했지만, 정작 길 위에서 훌쩍 자란 것은 자신이었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 어떤 환경에서도 자란다. 오히려 일찍감치 성장판이 굳어버린 엄마가, 일상을 떠난 길 위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걸 지켜보며 딸들이 즐거워하지 않았을까”라며. 이 책의 또 한가지 미덕은 실제 이런 가족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는 데 있다. 여행 전에 챙길 것과 버릴 것, 텐트 고르는 법과 야외 잠자리를 위한 필수품, 초보자를 위한 야영법, 야외에서 간편하게 요리하는 법, 길을 헤맬 때 찾는 가장 쉬운 방법 등을 찬찬히 일러준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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