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8.03 20:25
수정 : 2006.08.04 14:29
|
책사냥꾼
존 백스터 지음. 서민아 옮김. 동녘 펴냄. 1만4500원
|
잠깐독서
책에 미친 사람은 곳곳에 있다. 책이 그러한 것처럼…. 맛이 간 사람들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어한다. “어? 미친 녀석이 여기 또 있네” 하면서.
<책사냥꾼>(동녘)은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방송인, 작가이자 책 수집가인 존 백스터(1939~ )의 회고록. 말이 좋아 회고록이지 평생을 책에 중독되어 산 구제불능 노인의 주절주절 수다다. 그런데 참 재밌다!
도처의 책은 도처로 그를 끌고 다녀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프랑스 파리를 주유하게 만들었다. 그가 처음으로 중독자의 대열에 발을 디디기는 1978년 런던. 스위스 코티지의 벼룩시장을 어슬렁거리다 그레이엄 그린의 희귀본 어린이책이 단돈 5펜스에 얻어걸렸다. 그와 더불어 전설적인 서적 판매상 마틴 스톤을 만나 평생지기가 되었던 것. 1980년대 초반 그가 수집한 그린의 책은 거실 벽을 넘쳐 침실 벽을 침범했다. 한번은 알파벳 순으로, 한번은 연대순으로 책을 새로 배치하면서 완상하다가 어느 순간에 다가온 깨달음. 한때 커다란 기쁨이었던 어린 새가 거대한 뻐꾸기가 되어 자신의 에너지와 돈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다! 1982년 6월24일. 그는 책을 팔아치웠다. 하지만 책수집 열정이 식겠는가. 텅빈 책꽂이가 더 큰 유혹이 되었다. 1990년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창고에 보관하던 책을 파리에 모아 책으로 성을 쌓고는 장엄하게 선언한다. “이제 모두 완성되었다.”
|
책 중독은 마약 중독과 흡사하다. 희귀본을 손에 쥐고는 짐짓 아무 것도 아닌 체 하는 것이나, 놓친 책을 꿈속에서까지 애면글면하는 것이나.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은 “30년래 가장 재미있는 꿈이 헌책방 꿈이었다”고 말했다. 책골목 책 중독자들은 마약 판매업자나 포주들처럼 그들만의 은밀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정미예씨
|
그는 “책을 수집하는 목적은 순전히 책을 손에 넣는 그 순간에 느끼는 전율 때문”이라며 그 순간을 삼각주의 수로에서 물고기를 낚는 순간의 손맛에 비유한다. 그가 추구해 마지 않던 그린마저 “지난 30여년 동안 내가 꾼 가장 행복한 꿈은 헌책방에 대한 것이었다”고 할 정도이니….
책을 따라 읽다보면 자연스레 문학거장들의 세계로 끌려들어가고 책사냥꾼들이 희귀본을 찾아 헌책방, 벼룩시장, 경매장, 오래된 빌라를 누비는 과정에 합류하게 된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