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10 20:10 수정 : 2006.08.11 14:21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정재승의 책으로 읽는 과학

<바이오클락> 러셀 포스터·레온 크라이츠먼 지음. 황금부엉이 펴냄

우리 몸 어딘가에 시계가 있어 내가 의식하지 않더라고 하루 중 정해진 시각에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체온이 주기적으로 바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생체시계가 몸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생명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실 과학자들이 생체시계에 대해 지난 30년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그 전까지 알고 있던 생체 시계에 대한 지식보다 훨씬 더 많다. 생체시계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몇 해 전 과학저널정보기관에서 조사한 ‘전세계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주제’ 리스트에 ‘생체 시계’는 당당히 3위에 올라있다. 단일 키워드로 논문을 찾으면, 생체 시계 관련 논문이 세 번째로 많다는 얘기다.

최근 출간된 ‘바이오클락’은 생체 시계와 일주기 운동을 깊이 있게 다룬 최초의 과학서라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책이다. 스튜어트 메크리디의 <시간의 발견>(휴머니스트)이나 마이클 스몰렌스키의 <마법의 생체시계>(북뱅크) 등에서 조금씩 생체 시계의 원리와 그것을 연구하는 시간생물학을 소개하긴 했지만, 이 책만큼 깊이 있게 이 문제에 정면도전한 책은 아직 없었다.

이 책은 150년 전 식물이나 동물의 일주기성 운동이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많은 과학자들이 생체시계의 위치를 찾으려고 노력한 결과 뇌 안쪽에 ‘시교차상핵’이라는 영역이 생체시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관장하는 유전자들을 찾기까지의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다.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일주기적인 운동을 하지만, 시교차상핵을 도려내면 하루 이틀만에 그 리듬은 사라진다.


이 책에서 일반 독자들이 가장 흥미로울 만한 부분은 “투약시간과 치료효과”에 관한 부분이다. 미국 여성 9명 중 1명꼴로 발암진단을 받고 있는 유방암의 경우, 봄에 가장 많이 발견되고 가을과 한겨울에 가장 적게 발견된다는 사실은 유방암 발생이 긴 주기의 생체 시간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항암 효과가 있는 암 치료약은 암세포를 죽이기도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분열하는 일반 세포까지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독성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투여량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체내의 DNA 합성 활동이 가장 낮을 때 항암제를 투여한다면, 일반세포에 대한 독성을 줄일 수 있어 투여량을 늘릴 수 있다. 그러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효과가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미네소타대학 시간약물학 연구소장인 프란츠 할베르크가 “모든 약에 대해 복용량을 처방하는 것처럼 투약시간도 처방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늘 약은 ‘식후 30분’에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사람의 생체 시간을 고려해 약을 투여한다면 약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최고급 시계보다 자연이 만든 생체 시계가 훨씬 더 정교하구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가 얻는 가장 큰 선물이다.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