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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논문 논란’과 관련해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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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단협·교수노조 ‘김병준 논문 파동’ 이후 첫 학문윤리 논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파동’ 이후 처음으로 대학사회의 학문윤리를 점검하는 학계 인사들의 자리가 마련됐다. 학술단체협의회와 교수노조는 18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 ‘학문정책과 학문윤리’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중복게재를 포함한 표절 논란 자체보다는 그 배경이 된 학문윤리 문제를 검토하려는 자리였다. 오동석 교수 학계 자율 기준을…연구윤리법 추진은 잘못 유초하 교수 ‘양적 평가’가 근본 원인…‘품질 지원’ 제안 오동석 아주대 교수(법학)가 학계 내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 교수는 “표절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허다하게 행해지고 있음을 알 만한 사람은 누구나 안다”며 “권력성과 전문성을 방패 삼아 노골적·암묵적으로 비윤리적 행위를 은폐하는 학계 안팎의 침묵의 카르텔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먼저 표절과 관련한 학자의 비윤리적 행위를 △외국 문헌이나 타인의 연구성과 등을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타인복제 표절 △자신의 논문이나 저서를 이중삼중으로 발표하는 자기중복 표절 △이미 발표된 생각이나 표현을 도용하는 출처은폐 표절 등으로 구분했다. 오 교수는 학계 표절에 대한 법적 잣대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게 규정된 상황을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예술의 자유 및 대학의 자유에 근거한 입법의 결과”라고 설명한 뒤, “결국 표절 등을 판정하는 기준이 학계에서 먼저 자율적으로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병준 전 부총리 사태 이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구윤리법 제정’ 등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표절 문제가 학계의 심각한 병폐인 것은 사실이지만, 법률로써 연구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부가 연구자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과잉법치’이자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경계했다. 대신 정부가 투명한 연구실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회별 표절기준 설정 △각 학회 내부에 표절심의위원회 설치 △학술지의 논문심사자 실명 공개 △각 대학의 교수논문 질적 평가 도입 △표절행위 적발시 학회지 게재 취소, 대학 업적 취소, 임용 및 승진 취소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대안을 내놓았다.오 교수는 특히 “자율적 공공영역인 대학과 학계에 대하여 시장의 논리를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교육부의 대학 개혁정책과 학술진흥재단의 학문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논문 편수로 학자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하는 정량적 업적평가제가 이번 사태의 배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철학과)는 이 점에 주목해 학술진흥재단과 교육부를 비판했다. 학술진흥재단을 통한 교육부의 학문지원정책이 ‘양적 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때문에 표절을 비롯한 학계의 여러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뼈대를 이뤘다. 유 교수는 ‘비용’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포상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행정의 잣대로 학문을 평가하고 통제하는” 교육부를 비판한 유 교수는 ‘한국인문사회과학연구원’을 새로 만들어 여기서 학문의 발전을 돕고, 이를 국가발전기획과 연계시킬 정부 차원의 ‘국가학문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오창은 중앙대 강사(국어국문학)도 “학진이 학문의 상대적 진보성을 구현하고 있지만, 최근의 과대 권력화로 인해 오히려 대학의 학문지원 제도가 약화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며 학진의 학술지 평가제 등 학문 지원 프로그램의 혁신을 주문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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