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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에서 줍는 과학
김준민 지음. 지성사 펴냄. 1만8000원 |
한국의 보배가 참나무인 까닭, 지구온난화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
외길 걸어온 1세대 생물학자의 소신 가득찬 식물과 환경이야기
김준민(82)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생물학의 토대를 마련한 1세대 생물학자다. 일본 도후쿠제국대학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가 개교한 1946년 생물학과 교수로 부임해 정년까지 봉직했으며, 지금은 학술원 회원으로 있다. 김 교수가 새로 펴낸 <들풀에서 줍는 과학>은 식물생태학 연구에 평생을 보낸 노 교수가 들려주는 식물과 생태에 관한 이야기다. 전공 분야를 중심으로 식물과 생물, 환경 등을 두루 다루되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책이다.
‘한국의 보배, 진짜 나무 참나무’라는 글이 책머리를 장식한다. 흔히 ‘참나무’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참나무속 나무들에 관한 이야기가 구수하다. 우리나라에 흔한 참나무는 여섯 종류. 신갈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다. 짚신 바닥이 해지면 그 잎을 깔았다고 해서 신갈나무, 떡을 쌀 만큼 잎이 넓어서 떡갈나무, 임금님 밥상에 올랐다고 해서 상수리나무, 잘 발달된 코르크층이 있는 굴참나무, 껍질의 주름이 깊은 갈참나무, 참나무 잎 중 가장 작아 ‘졸병 참나무’라 불리는 졸참나무. 흔히들 소나무가 충절을 상징한다 해서 우리나라의 대표 수종으로 대접 받지만, 한국 대표 나무의 몫은 소나무가 아닌 참나무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지론이다. 소나무에 비해 참나무가 생장이 우수하고, 더 많은 영양분을 토양에 되돌려주며, 용도도 다양하다는 게 그 근거다.
조류와 균류라는 두 종류의 식물이 공생하는 생물체인 지의류는 “지상에 출현한 첫 식물체”이자, “자연의 가장 극단적인 환경조건 속에서는 성장이 가능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빚어낸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 대기오염 지표종이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방사능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되었다. 그 한 결과로 스칸디나비아 중·북부 지역에 서식하던 지의류에 방사성물질이 축적되었고, 지의류를 먹이로 삼는 순록의 고기에서 법정 한계치를 넘는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면서 순록 사육이 금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순록을 키워 팔던 라프족 공동체 전체가 붕괴 위기를 맞았다. 자연과 생태계는 이런 식으로 인간의 삶과 문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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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식물학자 김준민 서울대 명예교수가 식물과 생태,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친절하게 들려주는 책 <들풀에서 줍는 과학>을 펴냈다. 사진은 개망초꽃. ⓒ이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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