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24 19:31 수정 : 2006.08.25 14:51

천국의 또 하루
캐럴 버그먼 엮음. 황정일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아깝다 이책

르완다 학살의 희생자 수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7배이며, 당시 도살자들이 사용한 무기는 드라이버와 정글용 칼이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현재 지구촌 국가들의 5분의 1이 전쟁 상태에 있고, 이 가운데 40% 정도를 아프리카가 차지하고 있다. 수단, 르완다, 소말리아…. 상상의 한계를 벗어난 고통과 역경, 최악의 생존조건을 연상시키는 나라들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의 관용과 자기희생, 연민 등 지고지순한 인간성이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현실의 교차로에 수많은 국제 인도주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이 책은 국제 인도주의 봉사자 15명이 전쟁과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각 나라에서 경험한 일과 그들의 생각을 직접 쓴 글모음으로, 연락 두절, 각국 정권의 탄압과 방해, 일부 구호기관들의 비협조 등 숱한 어려움 끝에 만들어졌다.

오지에서 난민들과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싸우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왜 그런 일을 하는가 물으면, 대답은 한결 같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소소한 만족감 때문이라고. 시에라리온의 경험을 기록한 미국의 데이비드 스나이더는 “이 세상에 그처럼 순수한 주고받음이 또 어디 있겠는가?”라고 쓰고 있다. 엮은이 캐럴 버그먼이 역설적으로 이름 붙인 <천국의 또 하루>에는 이런 순수한 진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세계의 재난지역의 실상에 대한 증언이다. 폭력과 기아, 공포에 짓눌린 이승의 지옥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용기 있는 사람들이 목격하고 체험한 진실을 생생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이 현대 인도주의 용병들은 성자는 아니지만 ‘흔치 않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대부분 젊은 그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힘든 생활을 좇아 그 처참하고 진 빼는 일이 끝나면 휴식도 없이 다음 일터로 달려간다. 그들은 도시의 안온한 생활이 불편하거나 혹은 위험이 수반되는 생활에 매력을 느끼거나 혹은 계획도 없는 미지의 특수한 생활이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갖는 공통점은 유목민적 기질과, 세계가 야만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유일한 길이 현장 증언뿐이라는 확신이다. 그러나 이들을 괴롭히는 후유증 또한 만만찮다. 캐나다인 폴 아레스는 구금·납치·살해위협을 겪고 나서 2년간 악몽과 두통, 전신경련에 시달렸는데, 검진결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었다.

정권 유지와 이권 쟁탈을 위해 벌어지는 수많은 전쟁 속에서, 선진제국 지도자들이 말하는 ‘인권’은 어떤 의미인지, 인간의 문명을 무력하게 만드는 자연재해 앞에서 신의 섭리는 어떤 것인지, 봉사와 희생, 나눔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 책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이러한 이유로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선뜻 추천사를 써 주셨고, 2005년 문화관광부 교양부문 추천도서로 선정되는 행운을 누린 <천국의 또 하루>는, 약 5개월 정도 먼저 출간된 김혜자씨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와 짝을 이뤄 국내 독자들에게 국제 봉사활동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과 감동을 제공하리라고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된, 말기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호스피스 입문서인 <아름다운 이별> 또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여, 사회봉사활동에 관한 기획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이 기획팀내에서 한때 설득력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나 방송대 출판부(‘지식의 날개’는 브랜드명)의 사명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좀더 세심한 기획과 설득력 있는 홍보전략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정규/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기획2팀장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