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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4 20:45 수정 : 2006.08.24 20:45

유민영 교수 ‘한국 인물연극사 1, 2권’ 완간

15년 발품 ‘표랑의 삶’ 조각 모아

운석 조각들을 모으면 반짝이는 별을 만들 수 있을까.

단국대 유민영(70) 석좌교수가 1600쪽 분량의 <한국 인물연극사 1, 2>(태학사)를 펴냈다. 개화기 국민음악극의 창시자 신재효에서부터 현대의 연극학 기반을 다진 국학자 이두현까지 연극판 사람들 61명을 꿰어 연극사를 재구성했다.

발로 뛴 자료로 지칠 줄 모른 채 <한국현대희곡사>, <한국근대연극사>, <한국근대극장변천사>, <한국연극운동사> 등 연극분야 저술을 해온 유 교수는 이번 인물연극사를 상재함으로써 40년동안의 긴 연구여정 끝에 연극판의 역사를 두루 훑은 셈이다.

1935년 이전 출생한 배우, 극작가, 연출가, 무대미술가, 제작자, 분장사, 연극학자 등 연극판 사람들이 총출연하는 탓에 신재효, 이동백, 윤백남, 김우진, 유치진, 오영진, 이해랑, 김동원, 임영웅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 외에 ‘연기를 신앙처럼 했던 만년배우’ 변기종, 변사출신의 전천후 대중연극인 김춘광 등 설명을 해야만 하는 인물들도 다수 들어있다. 가수 윤심덕, 무용가 조택원·배구자, 영화감독 나운규, 배우 최은희, 시인 박용철 등이 포함된 것은 이들이 연극판에 참여하여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송영, 박영호, 황철 등 월북 연극인도 아우른 것도 특징. 단성사와 광무대 지배인으로서 창, 판소리, 재담 등을 줄곧 무대에 올려 전통예술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 박승필은 이번에 발굴해 재평가한 경우다.

이들 가운데 귀족, 지주집안 등 명문가 출신으로 고등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 물리친 채 연극을 한 인물들이 꽤 있으며 그런 탓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가문에서 추방된 사람들, 일본경찰의 감시, 전쟁 중 납치와 탈출 등 기구한 삶을 산 사람들이 상당수다. 또 대부분의 연극인은 50년대까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표랑생활을 했다. 이처럼 최악의 환경에서 연극을 고수한 것을 두고 유 교수는 “연극이 요부처럼 매력적이고, 역사가 운명처럼 인재를 끌어들였다”고 표현했다.

이 작업에 15년이 걸렸다는 유 교수는 “전쟁 와중에 자료가 유실되고 배우들은 일기장 한쪽 안 남긴 분이 많아 삶을 재구성하기 힘들었다”며 “신문쪼가리를 모으고 심층 인터뷰를 하는 등 발품을 판 결과”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박정자, 오태석 등 1935년 이후 출생자 20여명으로 제3권을 곧 펴낼 계획이며 4년쯤 뒤에는 <해방이후 연극사>를 낼 예정이다. 1권 3만4000, 2권 3만8000원.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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