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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4 16:22 수정 : 2005.03.04 16:22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20세기를 대표하는 도시가 뉴욕이라면, 19세기를 대표하는 도시는 단연 파리다. 특히 2월혁명이 일어났던 1848년 이후, 파리는 분명 ‘특별한’ 도시였다. ‘혁명’과 ‘문화’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가운데 파리는 거의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화한 뒤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냈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대신 과학적 사회주의와 경영주의가 등장했고, 플로베르와 보들레르로 대표되는 새로운 문학이 선보였다. 올망졸망한 아케이드 대신 대로변의 백화점이 등장하면서 거리의 풍광도 변했다. 이 모든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바로 ‘근대성’(모더니티)이었다. 파리는 그 어떤 도시보다도 모더니티를 잘 집약해 반영하는 공간이다. 모더니티 이전의 모든 것을 혁파하고 근대성의 새 신화를 쌓은 도시, 곧 파리는 ‘모더니티의 수도’인 것이다.

당시 파리가 근대성의 수도로 자리매김한 것은 시간과 공간의 함수관계에 대한 수많은 시사점과 의문점을 담고 있는 고차방정식 문제와도 같다. 이 책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는 이 난해해 보이는 방정식을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가 ‘역사지리학’이란 공식으로 풀어 뽑아낸 답안지다. 하비는 당시 파리에서 벌어졌던 온갖 다양한 사실들을 종횡으로 엮어 사회경제적 요인이 어떻게 파리라는 ‘근대 도시’를 만들어냈는지 파고들어 간다.

역사지리학 관점서 보면 자본이 만든 도시화 전형
도미에 그림·발자크 소설등 예술작품속 파리 모습 조명

하비는 우선 19세기 중반 이후 파리의 모습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도시계획의 책임자 오스망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 세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낭만과 문화의 도시’라는 파리의 모습이 이 시기 이후 창출됐기 때문이다. 중세 이래의 좁은 골목을 없애고 널찍한 대로 중심으로 새로 도시의 틀을 짠 오스망의 건설작업을 통해 파리는 그 이전 전근대와 단절하고 근대성으로 새로 태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하비는 이는 다 허상이요 신화라고 분석한다. 근대란 없으며, 전근대와 단절한 모더니티의 신화도 다 만들어진 전통일 뿐이란 설명이다. 하비는 당시 자본에 의한 새로운 공간전략에 따라 파리가 근대적 공간으로 주조된 것인데, 프랑스 제2제정이 자신의 권위를 올리기 위해 오스망을 통한 파리 근대화를 추진했고 이런 작업의 결과 지금 파리를 규정짓고 있는 근대성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근저에 자본주의, 그리고 자본의 치밀한 동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자본주의가 공간적으로 현신한 것이 도시라고 한다면 파리는 자본주의적 도시화의 가장 전형적 사례인 것이다.

당시 파리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감하기 위해 그는 도미에의 그림, 그리고 발자크와 플로베르의 소설 같은 문화적 자료들을 충실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본주의가 빚어내는 인간형, 그리고 이들을 지배하는 파리의 위력을 파고들어간다. 점점 힘을 잃어가는 인간적 감성과 냉정한 자본의 논리가 벌이는 한판 승부 속에서 결국 밀리는 것은 인간이다. 근대성과 낭만의 신화를 걷어내고 들춰본 당시 파리의 모습은 자본주의란 크고 작은 모든 차원의 공간을 바꿔가며 성장하는 것이 그 본질적 속성이며, 인간으로 하여금 그런 공간적 변화에 맞춰 적응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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