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11 17:30
수정 : 2005.03.11 17:30
|
인문지리학의 시선
\
|
이론상으로는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학교 교과목으로 만나면 딱딱한 과목으로 ‘지리’를 꼽는 이들이 많을 듯하다. 외국어로 된 지형 이름이 나열되는 교과서나, 강우량과 온도 그래프로 기후를 맞추라는 시험 문제로는 땅과 사람이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살가운 이야기들의 자취를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리학이란 결코 그런 학문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지리학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내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장 지리학자 4명이 힘을 합쳐 쓴 <인문지리학의 시선>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리’가 아닌 ‘지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어렵지 않게 소개하려는 지리학 입문서다. 책은 일반인들이 오해하듯 지리학이란 작물이나 광물 따위의 분포나 지명 또는 지도와 관련된 것이 결코 아니며, 어떤 지리적 현상이 어디에서 일어났는지 왜, 그곳에서 그런 일이 알어났는지 생각하는 학문이란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가 전화 통화하며 습관적으로 묻는 “어디야”라는 질문이 바로 이처럼 공간과 인간 행위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대화하는 사람의 위치를 통해 그가 처한 상황과 무슨 일을 하는지를 유추하는 습성이 보여주듯 인간은 결국 자신들이 놓여져 있는 위치가 허락하는 행위만을 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바로 이처럼 지리학에서 다루는 위치, 장소, 공간 그리고 지역 등의 개념을 분석한 뒤 현재 지리학이 담아내는 줄거리들을 정리해 보여준다. 지리학의 역사, 그리고 고대 지도에서 현대의 첨단 지리정보체계(GIS)까지 이르는 지도의 역사 같은 보편적 내용들, 그리고 주요한 기존 주류 이론들을 요약하는 동시에 풍수사상이며 한국 촌락과 도시의 특성 같은 한국적 상황, 그리고 비교적 최근들어 새롭게 주창되고 있는 이론들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의 취지와 다루는 내용면에서는 독자 편의를 고려했지만 구성면에서는 여러가지를 나열하는 기존 참고서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