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3.25 15:10
수정 : 2005.03.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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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꼬마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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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들이 프랑스말로 ‘무자비한 살인자’라는 뜻인 ‘수우’를 붙여 ‘수우’족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의 미국 미주리강 지역에 살던 이들 종족의 진짜 이름은 ‘라코타’족이었다.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으로 강제이주시키던 1868년, 라코타족 추장 ‘우뚝선곰’의 맏아들로 이름이 같은 열한살 꼬마 ‘우뚝선곰’은 처음이자 마지막 들소 사냥을 한 뒤 백인들이 가르치는 칼라일 인디언 실업학교에 들어간다. 더이상 유지할 수 없는 원주민 전통과, 앞으로 변할 완전히 다른 사회상 사이에서 아들의 교육을 놓고 고심하던 추장 아버지가 고민 끝에 아들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꼬마 우뚝선곰은 그곳에서 루터란 이름을 얻어 ‘루터 스탠딩 베어’가 되었다.
칼라일 학교에서 꼬마 우뚝선곰은 백인에 동화시키는 교육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금지된 원주민말을 하다가 처벌받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강제로 시키는 백인식 교육 속에서 괴로워해야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그에게 평생 씻지 못할 트라우마를 남겼다. 칼라일 학교에 오기 전까지 결코 자녀들을 다그치거나 때리지 않는 라코타족 특유의 자애로운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던 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폭력적인 교육이었던 것이다.
훗날, 우뚝선곰은 아버지처럼 추장이 되었다. 비록 보호구역 안으로 제한당한 지도자였지만 그는 원주민 권익 보호에 앞장섰다. ‘인디언 영화배우’로도 활동했고 원주민단체에서도 활동하면서 헌신하다가 그는 예순살에 고향 사우스 다코타로 돌아왔다. 그리고 수우족 전통의 세례를 받은 마지막 세대로서의 책임감으로 원주민 문화를 알리는 책을 쓰는 일에 헌신했다.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고한 <숲속의 꼬마 인디언>(1931)은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 “백인 소년 소녀들이 이 책을 읽고 인디언 소년 소녀들에게 좀더 친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다. 그가 백인학교로 떠난 뒤 더이상 받지 못했던 수우족의 전통 교육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뭇 생명들과 하나로 연결되어 자연의 신비를 공유하던 시절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일체의 말꾸밈이나 현란한 수사없이 담담하게, 그러나 모든 것을 경험한 그대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우뚝선곰의 이야기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하나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자연이야말로 가장 지혜롭기 때문에 자연 앞에 겸손하게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이야기는 자신을 망각한 채 남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소통하기보다는 자연을 정복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절로 깨닫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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