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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0 16:29 수정 : 2005.04.20 16:29

박기호 신부

나는 오늘까지 결정하여 통보해 주기로 한 일이 있었는데 미루기로 했다. 좀 더 검토가 필요해서다. 이번 월요일엔 모임 연락을 받았지만 낚시를 가기로 했다. 붕어의 산란철이기도 하고 휴식일을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서다. 사람(삶)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고 행하는 존재인 것 같다. 좋은 선택은 행복을 선사하지만 잘못된 결정은 불행한 결과를 안길 것이다. 그만큼 선택이란 삶의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이는 중요한 것과 사소한 사안을 구별 못해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정도보다는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였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 시비의 본질도 그것일 게다. 자존심 때문에 결정을 잘못 내린 경우도 많다. 내 생각은 그것이 아님에도 상대방의 태도에 대응하여 감정적으로 결정하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한다.

뭔가를 선택하고 결정할 때는 절대 진리의 법에 합당한가 즉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묻고 순명하는 선택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결정은 개인과 세상의 모든 관계를 평화롭게 만든다. 그래서 종교를 갖지 아니한 이라도 참된 것, 올바른 것, 정직한 것, 공동체의 가치를 신의 뜻으로 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것을 ‘영성’이라 한다. 결정을 잘못했다는 것은 영성의 눈에 장애물이 끼어 하느님의 뜻을 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먼저 네 눈에 들보를 빼내어라” 하셨다. 그 들보란 분노와 이기심과 아집이다.

분노는 감정이 승하고 이성이 죽는 현상으로 사실과 진실, 상대방의 처지를 볼 수 없게 한다. 이기심은 자신의 유익이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여 평화와 공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기심은 소유욕과 지배욕 명예욕의 어머니다. 사람은 지구 위에 산다. 땅이 높고 낮음에도 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모두가 손을 잡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아집이란 자신의 생각이 반드시 옳다는 신념이다. 신념이란 좋은 것이다. 문제는 그 생각이 모두에게 옳은 것인가이다. 두 생각이 서로 옳다고 충돌한다면 둘 중 하나는 아니거나, 둘 다 틀렸거나 이다. 자기 생각이 옳다는 데서 다툼과 갈등 전쟁의 고통이 온다.

그러므로 나와 너, 세상의 화평을 원한다면 화났을 때 결정하지 말 일이며, 이기심으로 선택하지 말며, 고집으로 결정하지 말 일이다.

박기호 신부/ 서교동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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