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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으로 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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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타산’ 핑계 외면할수 있었을까 며칠 전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어느 성공한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후배 편집기획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최근에 그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출판사로 옮겼다는데 전직 이유인즉슨 자기가 기획하는 기껏해야 몇 천부 나갈까 말까 하는 예술서들이 몇 만 부, 몇 십만 부를 팔아본 사장의 성에 차지 않아서 눈에 났다는 것이었다. 그가 애써 기획해 출간하는 예술서들을 보면서 신선하고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느꼈었는데 그마저 볼 수 없게 되어서 안타까웠다. 적당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앞으로는 영업적 성과도 감안해 경영자의 구미에 맞는 기획도 좀 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타협해 나갈 후배가 안쓰러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출판사가 아무리 전문출판사라지만 시작한 지 15년이 넘도록 베스트셀러 한 권 없고, 요즘 우리 출판계가 선망하는 근사한 사옥 하나 지어 출판도시에 입주하지도 못했으니 세상 잣대로 보면 분명 실패한 출판사 중의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1000부 발행해 1년 안에 다 팔리면 성공작이라고 자족하고 있으니 내가 만일 그 경영자 밑에 있었더라면 목이 여러 개라도 며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출판이 문화의 척도니 견인차니 하는 출판명분론은 이제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출판도 어느덧 단순한 돈벌이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한글 큰사전 완간(1957, 을유문화사)에 부쳐 비로소 우리 민족이 진정한 자주독립을 성취했다고 감격해했듯이 출판의 사명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이젠 별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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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책 뒤표지에 이 책의 판매수익금의 일부를 탈북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들에게 나의 이 글이 기금을 내지 않으려고 하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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