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2 19:00
수정 : 2005.04.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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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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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1월 <워싱턴타임스> 기자들에게 “내 정책 중 많은 것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읽어보시라”고 권했다는 <민주주의를 말한다>(The Case for Democracy: The Power of Freedom to Overcome Tyranny & Terror)가 번역돼 나왔다.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가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거론하고 딕 체니 부통령과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도 빠져, 한때 워싱턴 주변에서 책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돌았다. 저자 나탄 샤란스키(56)는 일찍이 ‘중동 민주주의 확산’으로 대표되는 2기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의 교사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의 생각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도 짙게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샤란스키는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서기장 시절 저명한 과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의 국제관련 업무를 도와주면서 유대인 인권운동을 벌이던 소련 반체제 인사 출신이다. 9년간의 수감생활 끝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에 오른 다음해인 1986년 서방쪽 지원속에 풀려난 뒤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이주 유대인들 대변 정당을 꾸려 통상산업장관에 이어 예루살렘·해외 유대인 담당장관을 맡았으며 미 행정부 및 그 주변 인사들과 접촉이 잦고, 특히 네오콘과는 친근성이 강하다.
흔히 우파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는 “자유의 힘을 이용해” 전체주의 독재국가를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독재자를 포용하고 그들과 평화롭고 조용하게 공존하기를 바라는” ‘데탕트’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말하자면 강력하게 개입해서 강제로라도 체제를 바꿔야 하며, 햇볕정책 따위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소련에 대한 포용정책을 비판하면서 내세운 논리를 대북 햇볕정책에 적용하면, 그것은 ‘벌써 붕괴했어야 할 북한체제를 수십년 동안 인위적으로 존속시키게 될지도 모를’ 아주 나쁜 짓이 된다. 독재체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세 가지 주요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첫째 자유를 갈망하는 체제 내부 사람들, 둘째 ‘자유진영’의 정치 지도자들, 셋째 체제내의 인권상황과 연계된 자유진영의 외교정책이다. 미국 의회가 만든 이른바 북한인권법이 바로 이 공식에 따른 것임이 분명해뵌다. 이 단순명쾌해 보이는 유대 민족주의자의 세계관의 위력이 보통이 아닌 셈이다.
그는 야세르 아라파트나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비타협적인 자세, 곧 팔레스타인 내부가 먼저 민주화되지 않는 한 어떤 협상도 무의미하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북핵과 관련해 독재국가인 북한은 안되지만 민주국가인 남한은 핵무기를 보유해도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가 이스라엘을 “중동 유일의 민주국가”라고 강조하는 만큼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도 별 문제없다는 데로 연결될 수 있는, 매우 자의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자세다. 민주국가냐 아니냐, 개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의 논리를 관통하는 것은 일방적인 힘,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막강한 군사력이다.한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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