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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2 19:08 수정 : 2005.04.22 19:08

자유와 진보, 그 교활함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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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을 대량 학살한, 중대하면서도 너무나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기까지 200년이 걸렸다. 최근까지 인디언은 (거꾸로) ‘잔인한’ 가해자로 낙인찍혀 있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남부 베트남을 공격한 게 아니라 방어했다는 생각이 앞으로 70년간 더 지속된다면 오웰이 생각한대로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기가)‘불가능’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베트남)에 390만t의 폭탄을 떨어뜨렸고(이는 2차대전 중 미국이 투하한 폭탄양의 2배다) 종종 인구가 매우 밀집한 지역을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구한다는 허울 아래 B-52로 융단 폭격했다.”

<동물농장>과 <1984년>을 쓴 조지 오웰은 톨스토이가 셰익스피어를 두고 “미학적, 윤리적 이해를 왜곡시키는-셰익스피어가 누렸던 위대한 천재라는 의심의 여지없는-찬양은 모두가 거짓이며, 엄청난 악이다”라고 평한데 대해 반발했다. “한 세기 또는 그 이상 모든 문명화된 세계가 톨스토이 외에는 전혀 통찰할 수 없는 거대하고도 뻔한 거짓말에 홀려 있었다”는 사실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셰익스피어>의 저자 돌리모어와 신필드도 셰익스피어가 그토록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작품들이 본질적으로 지배 엘리트의 입맛에 맞는 우익의 세계를 선전하고, 사회구조를 변혁하려는 정치적 투쟁은 무모하다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인디언은 가해자” 낙인 200년간 인식 지속
거짓이 진리 행세하는 시대 비판적 사고 회복 강조

<자유와 진보, 그 교활함을 논하다>(원제 Free To Be Human)의 저자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자신이 사표로 여기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역사학자 하워드 진 등의 글을 길게 인용하면서 오웰에 대해서도 신랄하다. <동물농장>과 <1984년>이 호평받은 것은 전체주의체제에 대한 통찰력보다는 서방의 숙적이었던 소련을 풍자적으로 공격하기에 적절한 내용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촘스키는 지적했다. 1984년 폴란드에서 일어난 경찰의 성직자 살해사건과 1964-78년 남미에서 72명의 성직자가 살해당한 일 및 1980년의 엘살바도르 대주교 오스카 로메로의 암살을 비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욕타임스>나 <뉴스위크>, <타임> 등 미국 유력 언론은 사회주의체제에 균열이 일고 있던 폴란드쪽 사건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나 미국이 지원했던 독재체제하의 남미지역 사건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들은 이스라엘·파키스탄·인도의 핵엔 침묵하면서 이란·북한 핵에 대해서는 과민하다.

1989년 12월 미군이 마누엘 노리에가 단 한사람의 마약 및 인권침해 혐의를 앞세워 3천여명의 민간인을 희생시키며 파나마를 전격 침공한 것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적극 지원했던 그가 지나치게 자신감이 커져서 파나마운하협정이 1990년부터 바뀌게 될 경우 자주권을 강화해 미국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이라고 보고 새 꼭둑각시를 앉히기 위해서였다. 미국이 니카라과의 우익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것도 민족주의적인 좌파 산디니스타 정권이 미국기업의 이익에 봉사하기보다 니카라과 농민을 위한 사회복지 정착과 토지개혁에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서구 기업들의 이익을 해칠까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이라크 침공 역시 사담 후세인의 독자노선이 미국의 중동내 석유이권과 패권을 위협할까봐 취한 조처였다는 건 다 안다. “이 시대는 <트루먼 쇼>처럼 완전한 거짓이 절대적 진리로 행세한다.”

판매 마케팅관리를 맡고 있던 기업에서 출세길을 박차고 나와 인권과 환경을 주제로 글을 써온 에드워즈는 첫 작품인 이 책에서 ‘세상 뒤집어 보기’를 시도한다. 다소 산만하고 정제되지 않은 느낌을 주지만, 논지 전개를 위해 언론·인권·정치·기업·심리·환경·종교·신화 등 다방면에 걸쳐 쉴새없이 동원하는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사례들이 흥미를 끈다. 책의 주제는 자유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을 근간으로 한 자본주의사회, 특히 미국의 지배세력이 어떻게 대중의 사고를 조작하고 이용해먹고 있는지를 파헤쳐 그 속박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토록한다는 취지가 원제에 담겨 있다. 요컨대, 이런 화두다. “지적인 자기방어 기술을 제대로 터득하고 싶은가? 자기네 목적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는 자들에 맞서고 싶은가? 즉 우리 자신과 타인 및 모든 생명체의 삶, 자유, 행복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독립적, 비판적 사고의 주체로서 인간다운 자유를 얻고 싶은가?…무엇보다도 ‘세계’라는 감옥에서부터 벗어나라.”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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