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4.29 17:32
수정 : 2005.04.29 17:32
강은교의 ‘시에 전화하기’
시인 강은교(60·동아대 교수)씨가 <시에 전화하기>(문학세계사)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내놓았다. 동료 시인들의 시를 읽다가 궁금증이 생겼을 때 해당 시인에게 직접 전화를 해 물어 보고 답을 얻은 결과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으로 시작하는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시인 황지우씨는 그 시가 자신이 시국사건으로 수배 중에 하이틴 잡지용으로 5분 만에 ‘긁어 준,’ “독자를 경멸하면서 함부로 써 버린” 시라고 회고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의 넘치는 사랑이 이어지는데다 누군가 라디오에서 분단의 아픔을 담아 읽는 걸 보고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고.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찬 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배배 말라가면서/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시래기> 전문)이라는 시의 집필 동기와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전자우편 질문에 꼼꼼히 답을 해 온 윤중호 시인이 병마에 시달리다 돌아갔다는 것, 사실은 질문에 대한 답 역시 병상에서 보내 온 것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대목은 아프게 다가온다. 아울러 오장환, 신석정, 이성선 등 작고한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가상의 질문과 대답 역시 흥미롭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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