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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06 18:35 수정 : 2005.05.06 18:35

선사예술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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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아폴로 계획에 참가했던 과학자. 감마선을 이용한 비파괴 연대 측정법을 발명했다. 수많은 선사시대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면서 동굴벽화에 매료되어 <선사예술 기행>을 썼다.

프랑스 도르도뉴 지방의 라스코 동굴. 투창에 맞은 들소 앞에 쓰러진 새의 얼굴을 한 사람, 얼굴과 다리는 인간과 비슷한데 머리에 투창같은 뿔이 달린 괴물. 미끼를 던지고 지은이는 딴전이다.

크로마뇽인들은 왜 동굴 깊은 곳에 그림을 그렸지? 주로 순록을 식용으로 하면서 말, 소, 사슴의 그림을…. 유럽으로 옮아오기 전 중·근동에서의 오랜 기억 속 동물은 아닐까. 조심스런 의견이다. 종교와 관련됐을지도 모른다는 재밌는 추론 하나. 그림이 그려진 위치는 소리를 질렀을 때 동굴 전체를 가장 성능 좋은 확성기로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것.

골수가 빈 뼈 무더기의 정체는? 육식성 크로마뇽인에게 봄은 생사의 갈림길. 겨울을 난 동물은 지방이 거의 없다. 그런 고기는 먹어도 소화가 안돼 허기진다. 이는 설사로 이어지고 죽음으로 연결된다. 이때 지방이 약인데 들소의 골수에는 그게 남아있다는 거다.

빙하와 더불어 크로마뇽인들은 어디로 갔지? 스페인 바스크인들이 그들의 후손이다. 그곳 우르티아가 동굴에서 발견된 두개골이 증거다. 연대측정 결과 1만~1만3천년전, 크로마뇽인과 바스크인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바스크인들이 역사 이전부터 그곳에 살아온 원주민인 점, 바스크어는 동사가 마지막에 오는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점, 동굴을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신화에 반인반수의 신이 등장한다는 점이 방증이다.

이쯤에서 저자는 반인반수인 안드로포모르프(anthropomorph)의 세계로 넘어간다. 시칠리아 아도라 동굴의 선각화. 10여명의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넘어진 두 사람을 둘러싸고 춤을 춘다. 도르도뉴 지방 레 콩바렐 동굴의 선각화. 동물의 낯, 새의 부리를 한 기괴한 모습이다. 알프스 메르베유 계곡의 바위그림. 번개가 머리에 박힌 부족장, 지그재그 팔을 한 형상도 있다. 카자흐스탄 탐갈리 바위그림. 올빼미 얼굴과 그 주위에 점들이 콱콱 박혔다.

그 다음 발길은 남부 아프리카. 역시 안드로포모르프 암벽그림. 순록머리 인간, 지그재그 팔다리, 반점투성이에 머리끝 긴 선, 입과 코에서 무엇인가를 쏟아내는 사람들. 두 사람을 둘러싼 10여명의 원무. 몇겹의 지그재그 선으로 둘러싸인 동물. 새떼, 물고기떼. 다행인 것은 그것을 그렸을 사람들이 살아있다는 것. 산족(부시맨)이 그들. 바위그림에 그들의 풍속과 신경정신과 지식을 덧붙여서 수수께끼를 푼다.

산족의 그림은 무당이 황홀경에서 보거나 체험한 세계를 그렸다는 결론. 머리끝 긴선은 두통, 신체의 반점은 피부통증. 입, 코에서 쏟아내는 것은 황홀경에서 나오기 마련인 코피라는 것. 라스코 동굴의 비밀은 긴 여정 끝에 아프리카에서 풀린다. 첫 미끼를 문 독자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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