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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3 17:14 수정 : 2005.05.13 17:14

오는 24~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제2회 서울 국제문학포럼이 열린다.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한 세계 정상급 작가들이 참석해 ‘평화를 위한 글쓰기’라는 큰 주제를 놓고 국내 문인들과 토론을 벌일 참이다. 주최측에서 ‘문학 올림픽’이라 표현할 정도로 행사는 규모가 크고 내용 또한 알차 보인다. 올해는 또 한국이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제국으로 선정된 해이기도 하다. 가을에 열릴 도서전을 앞두고 한국 문인들이 독일 각지를 돌며 순회낭독회를 열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 국제문학포럼과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기다리는 독자의 눈에 영미문학연구회가 발행하는 반년간 학술지 <안과 밖>(창비)이 들어온다. ‘지구화 시대의 세계문학’이라는 제목의 쟁점 특집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자적인 ‘세계문학론’을 주창해 비교문학계를 선도하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학자 프랑코 모레티(미국 스탠포드대학 비교문학과 교수)의 이론이 쟁점의 대상이다. 특집에는 모레티 자신의 글과 그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담은 아일린 줄리언(미국 인디애너대학 비교문학과 교수)과 유희석(경원대 강사)씨의 글이 차례로 실렸다.

모레티는 ‘진화론, 세계체제, 세계문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윈의 진화론과 이매뉴얼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이라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방법론을 빌려 와서 세계문학에 대한 이론 수립을 모색한다. 진화론에서 그가 받아들이는 것은 세계문학이 공간적 분리를 근거로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는 과정의 이론화이다. 반면 세계체제론은 ‘하나이며 불평등한 체제’로서 세계문학의 상을 수립하는 데 유효한 시사점을 준다. 진화론의 다양성과 세계체제론의 불평등한 동일성이라는 상이한 이론을 세계문학론의 양대 근거로 삼고자 하는 데서 모레티 이론의 모험적 성격을 엿볼 수 있다.

모레티 자신이 세계 문학 시장의 불평등에 대한 나름의 인식을 표방했음에도 그에게는 ‘은밀한 제국주의’의 혐의가 줄곧 따라다닌다. 아프리카문학을 천착하고 있는 아일린 줄리언은 유럽의 모더니즘이 아프리카 문학으로부터 받은 결정적인 영향을 서술함으로써 중심(=유럽)과 주변부(=아시아·아프리카 등)의 단순 이분법에 이의를 제기한다. 또 세계문학의 모든 텍스트를 다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텍스트의 ‘꼼꼼한’ 읽기는 국민문학 연구자들에게 맡기고 비교문학자는 그 독서와 연구 결과를 활용해 세계문학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자는 모레티의 제안에 대해서도 줄리언은 ‘불평등한 노동분업’이라며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힌다.

유희석씨는 모레티 이론의 성과와 의의를 너그럽게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특히 모레티가 문학 연구에 과학주의적 시각을 동원하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유씨 역시 ‘텍스트를 읽지 말자’는 모레티의 과감한 주장을 집중적으로 문제삼는데, 문학은 자연과학적 관찰과 연역에 갇히지 않는 주관성과 복잡성을 특징으로 삼는다는 사실을 모레티가 간과하고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세계문학이라는 무정형의 체제 내에서 한국문학의 위상과 좌표는 어떤 것일까. 국민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를 둘러싼 학자들의 논란을 통해 ‘문학 올림픽’ 주최국의 문학 현주소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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