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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성의 과학, 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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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은 한꺼번에 깜빡
친구는 월경주기 닮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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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넬대 응용수학과 교수로 카오스와 복잡계 이론가인 스티븐 스트로가츠가 쓴 <동시성의 과학, 싱크>(김영사 펴냄)는 존 글릭의 <카오스>, 알버트 라즐로 바바라시의 <링크>에 이어 복잡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과학서로 평가된다. 미국 과학잡지 <디스커버 매거진>이 ‘2003년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스트로가츠는 낯설지 않다. 그는 1998년 6월 동료 던컨 와츠와 함께 <네이처>에 ‘좁은 세상 네트워크’라는 수학적 모형을 발표해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모든 네트워크에는 지름길(노드)이 있어 생물의 신경망나 컴퓨터, 송전망 심지어 인간사회처럼 아무리 복잡한 네트워크라도 아주 짧은 연쇄를 두고 연결된다는 이론이었다. 무질서→질서 과정 밝혀
복잡계 새 지평 열어
일상의 비유로 쉽게 설명 스트로가츠는 이번에는 <…싱크>에서 무질서하게 보이는, 그러나 질서 정연한 우주의 모든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찾는 여행에 나선다. 망그로브 숲의 반딧불이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어느 순간 동시에 깜박거린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자매나 룸메이트, 친한 친구, 직장의 여성 동료들은 월경 주기가 닮아간다. 인간 심장의 수많은 박동 세포들은 지휘자도 없이 한치의 틀림 없이 수십년 동안 동시 방전을 반복한다. 스트로가츠는 이런 무질서에서 질서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배하는 동조라는 현상을 발견해냈다. 그의 사유는 무생물로 넘어간다. 1965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헨스는 나란히 놓인 두개의 시계의 추가 어느 순간 동조해 한 추가 ‘짹’하면 다른 추가 ‘깍’하는 것을 발견했다. 생명이 없는 사물에서도 자발적 동조가 일어나는 것이다. 양자현상, 레이저, 송전망의 통합, 라디오, 휴대전화, 위성위치 확인시스템(GPS) 등에서 우주에까지 이른 스트로가츠의 동조 여행은 2000년 런던 밀레니엄 다리 실패 사건과 1997년 티비만화 <포켓몬> 시청 어린이 수백명 졸도사건에서 절정에 이른다. 그는 인간의 의식도 동조 현상으로 해석한다. 이쯤 되면 “동조는 아름답고 신기하고 심원한 감동”을 주고, “느낌은 종교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싱크>가 460여쪽에 이르는 부담스러울 두께에 생경한 과학 용어로 복잡계라는 생소한 분야를 다루고 있음에도 한숨에 읽히는 비결은 “광범위한 독자층에게 수학의 생명력을 전달하기 위해 방정식을 일체 쓰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끌어온 비유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장 과학자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생생한 일화에 독자는 쉽게 동조에 이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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