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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체제 새로 짜자 반미-반일은 쌍둥이” |
동아시아는 지금
류젠차오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항일전쟁 승리 60돌 기념행사에서 일본정부가 중국의 반일교육을 비판한 데 대해 반박했다. “일본 인민도 이 중요한 날을 기념해야 한다. 왜냐하면, 항일전쟁의 승리는 중국 인민, 아시아 인민, 기타 여러 나라의 인민이 입은 중대한 재앙을 끝장냈을 뿐 아니라 일본 인민이 저 전쟁에서 입은 깊은 재앙도 끝냈기 때문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사설에서 2007년부터 4월29일이 ‘쇼와의 날’이 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개정 축일법에서는 쇼와의 날을 ‘격동의 나날을 거쳐 부흥을 이룩한 쇼와시대를 되돌아보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날로 규정했다. 전쟁, 종전, 부흥, 고도성장으로 이어진 쇼와는 일본 역사상 하나의 마디를 이루는 특별한 시대였다.” 쇼와란 만주와 중국침략, 태평양전쟁으로 치달은 ‘천황’ 히로히토 치세의 연호다.
이런 시각차는 양국 정부 및 지배그룹의 시각차, 세계관의 차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아사히신문> 논설주간 와카미야 요시부미는 칼럼 ‘풍고계’에서 과거사 청산작업과 관련해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면서 고이즈미 정권의 어설픈 자세를 비판했다. 양심적이고 안목있는 언론인으로 알려진 그도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것과 일제의 아시아인 학살은 좀 다른 것이라며 독일식 청산방식이 일본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젠 ‘통절한 반성’을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 수준을 뛰어넘는 ‘연출’이 필요하다고 고이즈미 총리에게 권고했다. 글쎄, 일본의 과거사 처리방식에 대한 한국 중국의 반발이 단지 일본의 ‘연출’미숙 때문일까?
홍석현 주미 대사는 11일 워싱턴 전략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한국 ‘386세대’의 반미가 광주항쟁을 유혈진압한 신군부의 정권찬탈을 묵인 내지 지지한 것, 여중생 사망사건 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일리있는 지적이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최근의 ‘반미’는 엄밀히 말하면 반미라기보다는 미국에게 제자리로 가라고 촉구하는 경고이자 절규다. 그것은 2차대전 이후 한반도를 패전국 취급하면서 마음대로 분단하고 자국군을 장기주둔시켜 이 나라의 모든 부문에 강력하게 개입해온 미국에 대한 거부감이자, 우리에게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안겨준 미·일 주도의 ‘전후체제’를 이젠 바꾸고 새로 짜자는 외침이다. 반세기가 지난 이제 미·일이 압도적 지위를 지녔던 과거와는 달라진 이 지역사정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반미’와 ‘반일’은 쌍생아다.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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