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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7:19 수정 : 2005.05.19 17:19

일빛 <금빛 기쁨의 기억>

<금빛 기쁨의 기억>은 인문서 편집의 기회를 접한 내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책이다. 책의 소재가 그러했고, 문화평론가로서 널리 알려진 강영희 선생님의 열정과 출판사의 열정이 있었으며, 편집자로서 행복감에 젖을 수 있는 환경을 모두 갖추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특히 저자는 ‘식민사관의 극복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미의식’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6년간 원고를 집필하였고, 편집하는 동안 보름이 넘게 출판사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교열과 수록될 사진을 직접 구해오는 등 애정을 보였기에 아쉬움이 더 큰지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보다 편집자로서 느끼는 아쉬움은 우리 한민족을 지배해 온 과거의 미의식을 돌아보고 현재의 미의식을 진단함으로써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한국인의 진정한 미의식을 찾아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소위 글로벌 멀티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의 미의식 좌표는 어디쯤일까?’ 이러한 질문을 편집자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게 만들었던 이 책은 세계화라는 화두 속에서 한류(韓流)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면서 그 기세를 뽐내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밝힐 수 있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백의민족이여 안녕, 이데올로기여 안녕”이라는 말로 그동안 한국인의 미의식으로 자리잡아온 백의민족에 종말을 고한다. 또한 일본인으로서 최초로 대한민국 보관(寶冠) 문화훈장을 받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조선 예술론에서 주장하는 무기교, 무의식이라는 호도된 한국인의 미의식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 사실, 글로벌 멀티미디어 시대 정보통신 강국의 국민으로서 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는 한국인의 의식 저 밑둥에 샘처럼 지니고 있는 미의식이 과연 한(恨)의 미학이나 백의민족으로서의 미의식에만 빚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지적할 때, 마치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한민족은 곧 백의민족’이라는 등식을 파괴하고 우리 고유의 알록달록한 민족색(色)을 되찾자는 외침처럼 들려왔다.

그래서 편집자는 글로벌 시대, 매체 융합을 통한 퓨전 문화 시대에 진정한 한국인의 미의식 원류를 따져보고 비교해 보고, 그동안의 편의적 비평에도 칼날을 들이대면서 문명 충돌의 저변에 흐르는 도도한 흐름을 되짚어 보는 작업이 이 책을 시발점으로 불지펴보기를 기대했다. 그렇지만, 독자의 선택은 편집자와 출판사의 생각과 달랐고 생각했던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출판사는 언제든지 독자들에게 문화적 교양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출판의 가치를 얻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한민족의 이데올로기적 표상인 백의민족의 강박적인 이미지를 거둬내고, ‘배고픈’이라는 화두의 안쪽, 나아가 ‘배부른’이라는 화두의 안쪽까지도 들여다보아야 하며, 동시에 진보와 보수라는 양날개가 어떻게 하면 ‘상극적인 상생’을 이룰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손일수/도서출판 일빛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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