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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7:40 수정 : 2006.02.06 20:25

<야만과 문명,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원제: 야만과 문명)는 ‘문명’과 ‘야만’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세계의 오지와 도시 등을 답사하며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문명의 본질과 장래를 사색하는 인류학자의 보고서다. 미국 매컬래스터 대학 인류학과 교수 잭 웨더포드. 그는 낙관적으로 보든 비관적으로 보든 “우리는 지금 인류역사의 커다란 한 시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진단한다. 현재로서는 1만년 전에 농업이 개발되고 마을과 도시가 생겨나면서 시작된 ‘문명’이 다른 모든 생활방식을 제치고 승리자로 떠오른 것 같다. 그러나 문명이 승리감에 도취된 듯이 보이는 바로 이 순간, 문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된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19세기 폴리네시아에는 무서운 전사들과 식인풍습까지 있었지만, 오늘날 그런 사람들과 풍습은 현대적인 세계의 대도시 안에 자리잡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파리, 뉴욕, 로마, 시카고, 프랑크푸르트,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를 들여다 보라. 밤의 워싱턴시는 폭력단체·범죄다·창녀·마약 밀매꾼·포주, 그래교 그들의 손님과 의뢰인들 차지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나는 미국 수도내의 길거리에서 본 것과 같은 야만과 폭력과 범죄와 잔인함을 목격하지 못했다.”

중미지역 번성했던 마야의 약스칠란 도시문명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저자는 현지에서 문명은 한꺼번에 연이어 무너져내렸고 서서히 사라져 간 예는 거의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떠올린다. “전쟁이나 사회불안, 역병, 환경교란, 또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교적 갑자기 무너진 예가 많았다.” 우리가 건설한 문명은 연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한 겹의 세포 층처럼 이 지구 위에 펼쳐져 있고, 커다란 변동 한가지만 닥쳐도 모든 게 끝장날 수 있다.

저자는 최근 몇세기간 인류역사를 주도해 온 서구문명에 경고한다. “우리는 이 하나의 장을 인류역사라는 연극의 전부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그리곤 “모든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라”고 촉구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애버리진과 알래스카의 알류트족 등 오지 부족민과 런던·파리의 관료와 은행가 등은 동일한 인권과 문화적 존엄성을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정이나 약자보호 차원이 아니라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다. 이대로 가면 또다른 약스칠란이 될 수 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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