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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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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특별함에 로봇은 도전해왔다
인간의 생명도 기계와 결합돼간다 로봇은 사람의 지능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 몸 역시 갈수록 ‘기계화’의 길을 걸어 더욱 강해지기에 ‘순수한 기계’인 로봇은 ‘기계와 인간의 융합체’인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는 것이 브룩스의 예측이다. 그는 인간의 기계화는 이미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한다. 실제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와우각,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망막, 그리고 로봇팔과 로봇다리는 인간 몸의 일부가 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과 순수하게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그들로서의 우리’가 된다. 또 다른 중요한 물음. 우리는 특별한가? 브룩스의 답은 ‘우리는 특별하며 특별하지 않다’이다. 그는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언어(통사론)와 기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며, 기계와 다른 것은 로봇이 시뮬레이션(흉내내기)할 수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감정은 현재 우리의 특별함을 지키는 최후의 요새다.” 그렇지만 지난 과학의 역사는 인간의 특별함을 조금씩 허물어온 역사였다. 인간이 사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우리 역시 진화하는 동물이라는 것이 증명됐다. 브룩스는 이제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세번째 도전으로 ‘기계의 도전’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기계”라고 선언한다. “신체는 궁극적으로 물리학과 화학으로부터 도출되는 잘 규정된 규칙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몸은 아마도 무수히 많은 부분으로 이뤄진 기계이고…” “따라서 원리상 기계가 감정을 갖는 것은 가능하다”라는 게 그의 논리다. 이런 주장의 근거에는 생명현상을 분자들의 생화학 작용으로 규명하는 분자생물학, 그리고 이를 응용하는 생명공학이 급속히 전개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이 로봇공학과 빠르게 결합하는 현실이 놓여 있다. 브룩스의 논리에는 모든 것을 ‘입자의 운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던 기계론 철학자 데카르트의 모습이 언뜻언뜻 겹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엇이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지, 그것이 세포인지 유전자인지 지능인지 감정인지 의식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 또는 다른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로봇철학’의 화두를 던져준다. 로봇이 인간 몸과 인간 생활 속으로 더 자주 더 깊게 들어올 것이 분명한 시대에 우리 사회도 이제 인간과 기계의 ‘행복한 만남’은 어떠해야 할지 진지한 관심과 토론이 필요해지리라.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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