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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9:33 수정 : 2005.05.19 19:33

닭이 봉황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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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95%는 읍 이상의 도시지역에 속한다. 이제 돌아갈 시골의 이상향은 없다. 따라서 시골에서 명당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도시에서 명당을 찾아야 한다. 아니,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야 한다.”

풍수지리학자인 최창조씨가 침묵 7년 세월이 느껴지는 <닭이 봉황되다>, <풍수잡설> 등 에세이집 2권을 냈다.

최씨는 그동안 음택풍수라 불리는 묘지풍수와 도시화될 만큼 되어버린 지역의 풍수를 철저해 배격해 왔으나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신념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은 ‘타협의 시기’를 지나 회의에 빠져 있다고 고백한다.

<풍수잡설>이 원칙을 지키던 때에서 타협의 시기까지의 글이라면 <닭이 봉황되다>는 회의의 시기에 해당하는 글이다. 한꺼번에 묶인 글들이 서로 부딪치는 것은 그런 연유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의 생각 변화를 읽기에는 제격이다.

에피소드 한 가지. 봉천동 관악산 밑에 살 때 집 바로 앞에 7층 아파트가 들어서 울화가 치밀었다. 어느 날 찾아온 어머니 왈 “참 잘 되었다. 너희 집은 서향이라 여름이면 더워도 문을 못 열고 커튼을 치고 살았는데 그 걱정이 없어지지 않았느냐.” 벼락소리처럼 들렸다.

국토의 맥이랄 수 있는 백두대간이 다 끊기고 강에는 독물이 흐르는 마당에 지기의 공급로로써 명당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온 터. 최근에는 명당을 찾을 수 없으니 만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쪽으로 정리했다. 그러나 ‘어떻게’는 고민해 풀어야 할 부분이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명당은 마음 속에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 즉, 처음 만나 사랑하게 된 곳, 그냥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는 곳이 명당이고, 어느 곳이든 정 붙이고 살면 명당이라는 생각은 다분히 풍수를 포기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나아가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므로 ‘지금 여기’가 명당이란 상념에 이르기도 한다. 또 수목장은 그가 발복풍수를 지양해온 것과 상통하지만 “내가 죽어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우리 가족이 숲을 이루어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처연하게 느껴진다.

첨언. 교하를 통일수도로 하자는 것. 서울로 하든, 평양으로 하든 남북이 모두 상처를 받을 수 있으므로 30년 정도 교하에 일시적으로 자리 잡았다가 다음 자리를 찾아보자는 주장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해온 것이나 통일수도로 하자는 교하가 서울에서 가깝다는 점에서 서울이 수도여야 한다는 생각은 굳건하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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