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23 15:31 수정 : 2005.05.23 15:31

시인 이시영 씨의 열 번째 시집 '아르갈의 향기'(시와시학사)가 나왔다.

지난해 아홉 번째 시집을 출간한 뒤 1년 만에 내놓은 시집에는 99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제목 '아르갈의 향기'는 우리 말로 '소똥의 향기'라는 뜻. 이씨는 몽골 초원을여행하던 중 초원에 서서 아르갈의 연기가 퍼져 오르는 것을 보고 고향의 훈훈한 저녁을 상기했다고 한다.

기억을 화두로 한 시집에는 시인이 끼워 준 14K 가락지를 놓아본 적이 없는 어머니, 편지봉투에 담긴 부고가 오면 노끈에 묶어 사랑방 추녀에 매달아놓았던 아버지, 종가를 지키기 위해 작두로 손가락 두 개를 자른 운조루 매형 등이 등장한다.

"어머님 돌아가셨을 때 보니 내가 끼워드린 14K 가락지를 가슴 위에 꼬옥 품고누워 계셨습니다.

그 반지는 1972년 2월 바람 부는 졸업식장에서 내가 상으로 받은,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어머님의 다 닳은 손가락에 끼워드린 것으로, 여동생 말에 의하면 어머님은 그 후로 그것을 단 하루도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14K')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괴목역' 등 시인의 고향 마을과 관련된 시들도 있다.

시집에는 또한 1970-1980년대 시인들의 모습을 서사적으로 그린 시들도 포함돼있다.

고문을 견디지 못해 소주 두 병씩을 마시며 시를 썼다는 박정만, 퇴근시간만 되면 술꾼 동무를 찾느라 정신이 없던 리용악, 맥주를 좋아해 문상객에게 맥주를 대접하라고 유언을 남긴 이주홍 등 당대를 풍미한 문인들의 행적과 기행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박목월, 녹색평론사 김종철, 송기원, 고은, 요산 김정한, 유홍준, 한남철, 박윤배, 김구용, 신대철, 김남주, 미당 서정주, 이근배 씨도 만날 수 있다.

시집은 "해 잠기는 옅은 강에 송사리들이 몰려 헤엄치고 있습니다.

강물이 내려다보곤 잠시 생각에 잠기다간 이내 자기의 길을 무연히 갑니다"라는 내용의 시 '삶'으로 마무리된다.

120쪽. 9천원. (서울/연합뉴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