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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중국 때리기 헌법 9조 개정 수순? |
지난 23일 <아사히신문> 비즈니스면의 ‘경제기상대’라는 난에 다음과 같은 보기 드문 글이 실렸다.
“중국의 반일시위에 대해 구미 언론들에는 중국을 비판하고 일본을 두둔하는 논조가 많았다.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사회주의경제에 공산당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주의를 부추기고 동아시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일본은 성숙한 시장경제, 민주주의 국가니까 국가주의를 억누르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마련이다. 이런 논리다.
정말 일본은 그토록 성숙한 나라인가? 고이즈미 경제개혁이 철저하게 알맹이를 빼버리는 꼴을 보고 있자면 일본이 시장경제보다는 중앙통제경제를 정말 좋아한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주의라지만 자민당 일당지배라는 특이한 형태다. 이래서는 다른 의견은 억압당하고 성숙한 민주주의는 여간해서 자랄 수 없다. 일찌기 소련과 동유럽에서 일본을 가리켜 사회주의체제 유일의 성공사례라 야유한 까닭도 거기 있다.
그리고 국가주의다. 자신은 교육기본법, 헌법개정으로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애국교육은 비판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전몰자에게 경의와 감사를 바치며 부전을 맹세하기 위해 야스쿠니에 참배하는데 뭐가 나쁘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그 부속박물관은 저 전쟁이 자존자위를 위한 것이라는 둥 정당화하는 분위기로 가득차고 반성의 말은 하지 않는다. 총리의 참배는 결과적으로 이런 전쟁 정당화를 지지하고 (과거사에 통절한 반성을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것이다.
즉 일본은 시장경제,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중앙통제경제, 일당지배라는 낡은 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대쪽 국가주의는 비난하면서 자신의 국가주의는 고무하는 상황이다. 성숙한 나라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이래서는 일-중관계는 낡은 가치의 국가주의끼리 충돌하는 꼴이 되고 동아시아는 불안정화한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글쓰기임이 글 행간에서 읽힌다. 그가 우려한 대로 바로 그날 방일 중이던 우이 중국 부총리가 예정했던 고이즈미 총리, 오카다 민주당대표 등과의 회담을 취소한 뒤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해버렸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 전날인 22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은 방중한 자민·공명 연립여당 간사장 등을 만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교과서 왜곡, 대만문제 개입 등 3가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보고싶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일본정부의 언행을 비판했다.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 참배와 관련해 “타국이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둥 “죄를 미워해야지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게 공자 말씀”이라는 둥 중국의 약을 바짝 올렸다. 일본이 정말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헌법 9조 개정 정족수를 넘기자면 북한 외에 중국이라는 ‘악의 제국’을 추가해 여론을 더 부추길 필요가 있다는 건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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