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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6 16:04 수정 : 2005.05.26 16:04

“미국에서 나온 피디에이(PDA) 형태의 전자책 단말기를 보니까 외양도 크지 않고 사용에도 불편하지 않더라. 앞으로는 작은 단말기 하나만 들고 다니면서 수백, 수천권의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적어도 5년 이내에 전자책이 적어도 60-70%는 차지하리라고 본다.”

정확히 5년 전인 2000년 5월29일에 작가 이문열은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 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전자책을 사보는 이는 별로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전자책 단말기 사업은 전세계에서 모두 실패했다. 전자책의 실낱같은 희망은 휴대전화를 통한 판매다.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니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지마 아이의 <플래토닉 섹스>는 6개월에 1만회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종이책으로 이미 100만 권 넘게 팔렸기 때문에 북오프 같은 헌책방에 가면 매우 싼 가격에 살 수 있는데도 휴대전화로 읽으려고 다운받은 사람이 1만 명이나 됐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사람이 휴대전화로 책을 보게 될까? 디엠비(DMB) 서비스까지 시작되어 휴대전화로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책을 보는 일이야 훨씬 간단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휴대전화로 ‘소비’되는 것의 주류는 베스트셀러 소설, 연예지침서, 비즈니스 매뉴얼, 엔터테인먼트, 만화, 운세 등이다.

‘휴대전화에서 인기 있던 것을 종이책으로 펴내는, ‘거꾸로 가는’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신쵸사가 2002년 2월부터 시작한 ‘신쵸 휴대문고’는 작가의 신작소설을 독자가 휴대전화로 접속해 볼 수 있게 했다. 이런 소설들은 한 회에 1200자를 서비스하기에 빠른 이야기 전개와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문장을 기본으로 한다.

이 문고 중에 나이토 미카의 연애소설 <심술쟁이 페니스>는 70만회의 접속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신쵸 휴대문고는 처음부터 종이책으로 펴내는 것을 염두에 둔 기획물이었다. <심술쟁이 페니스>도 종이책으로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또 5분 안에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가벼운 발상전환을 네 컷 만화와 에세이로 구성한 <단호히>는 종이책으로도 100만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출판이라 볼 수 있는가? 오늘날 출판은 단순히 책이나 잡지를 출간하는 행위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그렇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베스트셀러 상위에 있는 책의 대부분은 1980년대에는 책으로도 여기지 않아 집계에서도 제외시켰던 책들이니 말이다. 최근 한 서점의 베스트셀러 6위 안에는 아동용 스토리 만화가 다섯 종이나 올랐다. 서점유통조직이 이들 만화를 팔아 겨우 유지해야 할 정도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례사 비평에 놀아나던 소설은 어떤가? 국가까지 나서서 문인에게 생활비를 지급하고 책도 직접 사주어야 할 만큼 어려운 처지로 전락했다. 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토론을 해야 할 편집자들은 인터넷을 뒤지며 책으로 출간될 소재를 찾거나 아마존닷컴에서 번역거리를 찾고 있다.


근대 출판은 문학, 예술, 정치, 사회운동 등과 연계해서 성장했고 지금과 같은 출판의 원형이 마련되었다. 교양이라는 개념도 그때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교양은 무너진 지 오래다.

작가 이문열에게 다시 묻는다. 그 인터뷰에서 인터넷을 통해 소설을 연재하게 되면 새로운 글쓰기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제대로 돼가고 있는가 하고 말이다. 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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