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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인과 무식쟁이 |
나보다 앞에 태어난 아버지 딸이 ‘자’(姉)고, 뒤에 태어난 아버지 딸이 ‘매’(妹)다. ‘자·매’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지인’이라 한다. 누나를 ‘매’라고 하는 이가 있다. 누나 남편은 ‘자부’(姉夫), 여동생 남편은 ‘매부’(妹夫)가 된다. 누나 남편을 ‘자형’, 여동생 남편을 ‘○서방’이라 부른다. 모르는 이가 하는 말을 아는 이가 듣게 되면 옥살이를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된다.
2005년 1월1일이 되었다. 을사년이라고 신문·방송이 시끄럽게 떠든다. 무지인이 하는 말이다. 갑신·을유라는 띠가 나오는 말은 음력에 어울린다. 양력은 ‘1월’로, 음력은 ‘정월’로 일컫는다. 2005년 양력 1월1일은 음력 갑신년 11월21일이다. 2005년 양력 2월8일에 나면 갑신생으로 잣나비(원숭이) 띠로 된다. 양력 2월9일이 닭띠가 되는 을유년 설날이다. 나이먹기와 제사만은 음력을 따른다. 이런 걸 관습이라 한다. 모름은 고쳐서 바로잡으면 허물이 아니다. 고치지 아니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일본돈을 받고 나라를 팔아넘긴 대신이 이땅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들을 ‘매국놈’이라고 했다. ‘을사늑약’ 때는 ‘매국적’, ‘경술국치’ 때는 ‘매국노’라 불렀다. ‘완용’은 을사늑약 때 매국적이, 경술국치 때 매국노가 되었다. 그는 독립협회 회장이 되더니, 매국노가 된 것이다.
그 ‘완용’을 ‘친일파’라고 말하는 사람이 광복 뒤 나온다. 대학교 교수자 가운데서 그런 이가 많이 나왔다. 이런 사람은 무지인이 아니고, ‘무식쟁이’로 된다. ‘친일파’는 일본 쪽에서 쓸 말이다.
제 나라의 흐름과 겨레의 고통을 모르는 이를 무식쟁이라 한다. 매국놈 완용을 ‘이완용 씨’라고 말하는 사람이 광복 뒤에 나왔다. 그 이 역시 대학 교수자였다. 무식쟁이가 지껄이는 말을 들으면 주먹이 불끈 쥐어지면서 하얼빈 ‘안중근’ 선생과 평양 열사 ‘리재명’이 머리를 스쳐가는 사람이 ‘유식인’으로 된다. 선생·열사는 사형되고, 완용은 살아났다. 광복 뒤 완용과 ‘이등박문’을 보호하는 사람이 대학 교수자로 많이 되었다. 차이나 글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게 공통점이다. 아는 것들이 토막으로 되어서 앞뒤가 하나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람이 무식쟁이다. 흐름을 기록한 것이 역사책이다. 무식쟁이는 타고나니 글을 읽어서는 안 된다. 무식쟁이가 글을 읽으면 나라와 겨레를 해롭게 한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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