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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코란 독파하며 ‘나를 찾는 길’
이후 10여 년 동안 〈도덕경〉의 참맛을 깨치려고 이름난 학자들의 강의나 모임 등을 찾고 옛글과 문서, 분석 등 사료를 뒤져 나름의 해석과 안목을 갖게 됐다. 김 목사는 “노자의 사상과 〈도덕경〉은 성서에 없는 부분을 메워 주고 있다”며 “성서가 절박한 상황에서 강한 주장을 하는 글이라면 노자의 〈도덕경〉은 여유로운 시선으로 조용하게 세상을 보는 글”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사라는 울타리에 자신과 종교를 가두지 않는다. 성경을 가까이 하지만 불경도 읽고, 코란도 읽고, 다른 종교인들과 만남에도 거리낌이 없다. 교회도 남다르다. ‘나를 찾으러 가는 길’이라는 이름표가 나란히 붙은 교회는 성경을 읽고 찬송을 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누구나 들러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한복을 입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합장을 해 스님으로 오해받기 일쑤지만 마음 쓰지 않는다. 김 목사는 “손을 모은다는 것은 마음을 모아 소중한 사람을 맞는다는 뜻”이라며 “목사든 스님이든 좋은 말씀과 뜻을 많은 이들과 나누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두꺼비 생태지인 청주 산남 3지구 원흥이 방죽을 지키려고 종교인·학자·시민운동가 등과 ‘3보1배’를 하는 등 사회 활동도 열심이다. 한학에 강의에 사회활동까지 하느라 목회 활동은 뒷전일 것 같지만 누구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있다. 79년 보은에서 전도사 생활을 시작해 금산, 진천, 청원 내수 등을 거쳐 92년 청주에 삶터 교회 문을 열고 신도들을 만나는 지금까지 하루도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도덕경〉 등 고전에 심취해 있지만 ‘우리말 하늘 소리’라는 우리말 성경 출판을 준비하는 등 성경 사랑도 남다르다. 최근 신도들에게 선보인 김 목사의 성경에는 창세기는 지음풀이, 천사는 하늘 심부름꾼, 십계명은 바탕 삶틀, 잠언은 삶길, 안수는 손 얹음, 목사는 하늘지기 등으로 바꿨다. 영어식, 한문식 번역도 우리말 수순으로 바꿔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쉽다. 김 목사는 “〈도덕경〉은 글이라기보다 우리 생활 안에 녹아 있는 소중한 가르침”이라며 “하느님을 잘 모르기에 계속 질문하고 공부하듯이, 〈도덕경〉도 잘 모르지만 그 소중한 뜻을 다른 이들과 고민하고 공부하려고 강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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