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02 15:46
수정 : 2005.06.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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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가람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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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 흐린 세상을 건너기 위해서는 새로운 ‘뗏목’을 찾아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서둘러 나를 아름다운 폐허의 현장으로 불러내는 것은 구름도 덜컹거리며 지나치는 어느 심산유곡의 이름 모를 석불들의 눈빛이었다.…그들이 보는 그것을 나는 끝까지 추적하며 내가 찾는 ‘그것’을 찾고 싶은 것이다. …3년여에 걸쳐 오천년 역사의 지층과 산하의 곳곳을 검색한 끝에 겨우 잡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폐사지였다.”
시인 장지현이 몇년간 남한 전역에 흩어져 있는, “지금은 향화가 끊겨 비바람이 뿌리를 내리고 있거나, 풀벌레들의 서식지로 변한, 무너진 절터들”을 구도의 심정으로 찾아다닌 답사기 <잊혀진 가람탐험>. 2002-3년 <현대불교신문>에 연재됐던 내용을 묶었다. 통일신라 도의선사가 불교 혁신을 꾀하던 양양 진전사지를 시작으로 원주 정산리 거돈사, 양주 회암사, 합천 영암사, 제주도 법화사지 등 35개 폐사지가 실렸다. 절터와 유물들이 사진 및 정갈한 설명과 함께 되살아난다. “우리 땅을 조금만 파 보면 안다. 이 땅이 얼마나 불법과 인연이 깊은 불국토인가를…” 한반도에는 이런 폐사지가 320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가운데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은 10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 진각종 복지재단 사무처장과 음악가 윤이상 평화재단 사무처장도 맡고 있는 저자는 북한 땅 폐사지에도 관심이 많고, 실제 여러번 북한도 방문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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