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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2 15:56 수정 : 2005.06.02 15:56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기획회의 엮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지난주 월요일 저녁 서울 신촌의 어느 횟집에서 이 책의 출간을 자축하는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 3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이 책의 저자였고, 나머지는 책을 펴낸 출판사 직원과 출판 관계자들이었다. 모임의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이윽고 자기소개를 겸해 소감을 말하는 격식 없는 출판기념회로 접어들었다. 발행인이 뿌듯하고 감동어린 소감을 피력하자, 그날의 주인공인 편집자들은 팔자에 없는 저자가 된 당혹스러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으로 화답하였다. 축하객으로 참석한 나는 그간 일용할 마음의 양식을 만들어 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여러분의 정성이 담긴 이번 책도 잘 읽겠다며 인사말을 대신하였다. 그러니까 이 글은 열흘 전 다짐을 지키는 징표인 셈이다.

이 책은 출판전문 잡지 〈기획회의〉(옛 〈송인소식〉)의 연재물을 엮은 것이다. 책에는 편집자 30인의 출판 체험기가 실려 있는데, 잡지의 특집기사였던 한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획자 노트 릴레이’의 산물이다. 단행본의 차례는 잡지 연재 순서를 따랐다. 출판 장르와 이력은 천차만별이어도 편집자 30명은 다음 한 가지 점을 공유한다. 출판을 향한 열정이 하나같이 뜨겁다. 이 책의 독후감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잡지 지면에서 짬짬이 접할 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한꺼번에 읽어보니 놀라운 것 투성이다. 물론 편집자의 출판에 대한 열의가 경탄을 자아내지만 경이로움의 요소는 복합적이다. 편집자들의 빼어난 글솜씨가 그러하거니와 자기 일에 대한 확신과 전문역량, 그리고 프로의식은 더욱 놀랍다.

책과 출판을 보는 편집자의 눈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좋은 책’에 대한 관점부터 그렇다. 진정으로 좋은 책은 “풍부한 자극과 개성과 암시로 독자의 체험을 확대하고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아울러 어린이책에서 특히 유난스런 ‘양서’ 타령에는 나 또한 반감이 있다. “많은 선량한 책을 ‘나쁜 책’으로 몰아세우는 획일적 잣대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만드는 일의 특성에 관해서도 편집자의 시각은 대체로 일치한다. 한 사람의 힘만으로 책을 만들 순 없고 여럿이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 다시 말해 출판은 협업이다. “한 권만 잘 되면 그때부터 정말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겠다”는 ‘성장 우선론’에 놓은 일침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 방식은 꿈을 이루는 게 아니라 한없이 유예하는 방식이다.”

기득 이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의도만 없다면야 사회구성원이 저마다 본분에 충실하기는 얼마든지 미덕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모든 일에 능숙한 팔방미인적 기질보다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조정자의 자질에서 편집자의 정체성을 더 찾고 싶다. 또한 편저서로는 드물게 시종일관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책에서 느낀 유일한 아쉬움은 편집자의 영역과 태도를 되묻기도 한다. ‘나’를 노출시킨 자의식 강한 편집자 노트 서너 편은 읽기가 다소 거북했고, 출판사와 자기 동일시가 심한 그 중 한 편은 민망하기까지 했다.

편집자가 전하는 출판과 독서 관련 일화는 책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부모님이 늘 신간의 첫 구매자였다는 그물코 장은성 대표의 고백은 가슴 뭉클하고, 세종서적 안희곤 편집장이 모 일간지 기자에게 들은 동남아 휴양지 해변의 풍경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곳을 찾은 서양인은 한결같이 책을 들고 있더라는. 안 편집장은 우리나라에 그런 독자가 500명쯤은 있다던 한 인문출판사 대표의 반응을 덧붙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직 그 500명 안에 속한 독자가 아니세요? 정말 그러세요? 최성일/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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