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02 18:12
수정 : 2005.06.02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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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빨치산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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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살의 회상 90년 출간되자 금서 15년만에 복간
1990년에 출간되었다가 곧바로 판매금지 조처가 내려졌던 ‘실록소설’ <빨치산의 딸>이 복간되었다. 필맥 펴냄, 전2권 각 9500원.
<빨치산의 딸>은 작가 정지아(40)씨가 스물다섯 살 ‘어린’ 나이에 계간 <실천문학>에 연재를 거쳐 세 권짜리 단행본으로 펴냈던 작품이다. 각각 남로당 전남도당 인민위원장이었던 아버지와 남부군 정치위원이었던 어머니는 빨치산 시절 자신들의 거점이던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한 글자씩을 딴 ‘지아’라는 이름을 딸에게 붙여 주었다.
“느그 아부지가 빨갱이람서?”
소설은 열 살 무렵 작가가 부모에게 씌워진 ‘붉은 멍에’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맹위를 떨치는 한반도 남쪽에서 ‘빨갱이’ 부모를 둔 아이의 성장이 순조로울 리는 없었다. 작가는 부모의 사상과 행적을 부당한 짐으로 간주했던 자신이 차츰 역사적 진실에 눈을 뜨면서 부모의 순정한 열망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프롤로그에 이어, 부모의 치열했던 삶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한다.
스스로 이 작품을 두고 ‘소설이라기보다 소설적 형식을 띤 역사서’라 설명한 작가는 1990년판 후기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나는 한 탁월한 개인보다도 평등한 세상, 통일된 조국을 건설하겠다는 단순한 신념만으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역사의 일보전진을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민중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 내 아버지, 어머니도 바로 그런 민중의 한 전형이다.”
<빨치산의 딸> 초판 출간 이후 몇 년 간 수배자로 도피 생활을 했던 작가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실에 복귀한 뒤 1996년 신춘문예를 통해 ‘정식’ 등단하고 지난해 소설집 <행복>을 내놓았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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