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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와 조선 |
잘못 쓰는 역사용어를 모아 발표한 적이 있다.(1977.6. 국어국문학회 제19차 발표회) 발표장이 단국대 대강당이었다.
발표 첫 주제가 ‘이씨조선·이조시대’라는 일본식 용어를 버리고, ‘조선조·조선시대’라는 제 이름을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정한 시간(15분)에 말을 마치지 못했다. 발표 도중 청중에게 물었더니 박수로 격려해, 마지막 8호까지 마치는 데 30분 걸렸다.
이날 행사는 광복 후 큰 ‘발표 사건’으로 치부되었다. 기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이조시대·이씨조선’이라는 엉터리말이 신문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튿날 <○○일보> 기사는 이렇게 나왔다. “제19회 국어국문학 전국발표대회에는 제주도 민요 발표가 가장 성황을 이루었다.…” 얼빠진 모습이요, 한심한 신문이었다.
기자가 당시 발표 현장을 보고서도 사실에 걸맞지 아니한 내용을 써서 신문에 냈던 것이다. 나의 발표 장소는 대강당(오전·공통)이었고, ‘제주도민요 발표’는 강의실(오후·분과별)이었다. 오전 발표를 듣는 청중은 500여명, 제주도민요 발표를 듣는 청중은 20명 정도였다.
신문이 거짓말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었다. ‘실국시대’ 신문에서도 이런 거짓말은 하지 아니했다. 나의 마지막 발표 제8호가 ‘경술국치’였다. 당시만 해도 부왜 인사와 세력들이 힘을 떨치고 있었다. 나의 이날 발표를 그렇게 취급한 쪽은 그 영향이 컸을 터이다. 1960년대 초 이희승은 <국어대사전>이라는 책을 엮어냈다. 여기에는 일본 사전 <광사원>에 나오는 말들을 베끼다시피한 것이 적잖다. 하나만 들춰보자.
△“이씨조선의 왕가. 1910년 한국병합 때 한국 황제를 이왕으로 해서 이왕가를 설립. 일본 황족으로 예우한다.”(신촌출편 ‘광사원’ 2593쪽, 李王家)
△“본디 조선왕조의 왕족. 한일합방 때 일본이 한국 황실의 우대를 위하여 황제를 이왕으로 하고 황족의 예우를 하였음.”(2930쪽에 ‘이조’가 나온다. 이희승 편 ‘국어대사전’ 2922쪽, 이왕가)
사전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신문은 진실을 밝히는 ‘진실신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려증동/경상대 명예교수·배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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