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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09 19:22 수정 : 2005.06.09 19:22

한성탁 장편 <전화번호부>

한성탁(45)씨의 소설 <전화번호부>(실천문학사)는 제11회 실천문학 신인상 장편 수상작이다. 소설은 어느 부랑인 수용소의 두 평 반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12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전화번호부는 여기서 ‘대빵’의 권력을 상징하는 사물이다. 어떻게 그러한가.

“대빵이 매일같이 꼭두새벽부터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책은 전화번호부였다.” 더욱이 그것은 “시중에서 굴러다니기 시작한 지도 무려 6년이나 지나서 이제는 그 효용가치마저 무척 의심스러운 구닥다리 전화번호부였다.”

두평 반 수감된 12명
밑마닥 내력 희비극
실천문학 신인상 받아

감옥과 다름없는 이 공간에서 전화번호부의 본디 용도는 수감자들의 밑씻개였으나, 그것이 ‘대빵’의 독서 대상이 되면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얻게 된다. ‘대빵’이 전화번호부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까닭은 거기 적힌 여자들의 이름을 찾아 가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 위한 것이다. ‘첫사랑’의 여자와 같은 이름이라거나, 그냥 왠지 끌리는 이름을 찾아서는 그 미지의 여자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제멋대로 엮어 나가는 것이다.

소설은 전화번호부를 매개로 한 ‘대빵’의 권력 행사와 그를 중심으로 한 수용소 내의 권력 관계, 수용된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연, 그리고 대부분 자의와 무관하게 ‘선진적인 거리 질서 정화’ 차원에서 강제로 끌려 와 갇혀 있는 이들의 탈출 시도 등을 희비극적으로 그린다. 광주학살과 베트남전쟁 같은 사회적 아픔들이 양념처럼 곁들여져 있지만, 극도로 한정된 공간 탓인지 권력과 폭력, 구속과 자유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에는 이르지 못한 느낌이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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