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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6:48 수정 : 2005.06.16 16:48

북핵이니 한미동맹이니 ‘균형자론’ 등을 둘러싼 논란을 지켜보노라면 ‘바나나 공화국’이 생각난다. 10년 전에 나왔지만, 이삼성 교수가 쓴 <미래의 역사에서 미국은 희망인가>라는 책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바나나 리퍼블릭’이라는 것이 있다. 원래 미국인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주무르던, 그리고 돈될 거라곤 겨우 바나나밖에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중미의 약소국들을 경멸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나는 거기에 한가지 중요한 의미를 첨가하고 싶다. 미국인들이 하는 말에 그냥 ‘바나나’라는 게 있다. 이것은 자신의 직접적인 문화적 뿌리는 아시아지만, 생각이며 말투며 가치관이 백인 미국인들을 닮아버린 사람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자기 땅과 민족의 정신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미국문화에 완전히 동화된 사람이다. 이 바나나들은 제3세계의 교육받은 층에 많다. 이른바 그 사회의 ‘여론지도층’에 많은 셈이다.

이들은 자신이 자라고 또 후손들이 계속 삶의 터전으로 삼을 땅과 민족의 아프고 약한 처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함이 없이 미국사람들보다 더 철저하게 미국의 입장에 서서 자기 나라 문제를 바라보고 처방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바나나들이 언론계, 학계, 정계, 군부를 주름잡고 있는, 즉 ‘사회지도층’을 구성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바나나 리퍼블릭’이다. 이 바나나들의 사고와 학문은 너무나 미국화돼 있어서 세계의 모든 문제를 미국 주류언론, 미국 주류학문의 견지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좇아가기 바쁘다. 그래서 이들에게 ‘민족주의’란 말은 갈수록 촌스럽게 들리고 낯설어진다. 이 사회는 바나나 인간을 만드는 교육을 하며, 이들을 확대 재생산할 바나나 유학생과 바나나 박사들을 양산하고, 외교는 바나나 외교가 되며, 군사안보 문제도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미 국방부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이해하는 바나나 국방을 하게 된다. 통상부도 바나나 통상부가 된다. 국회도 물론 바나나 국회가 된다. …이들이 ‘민족’을 들먹일 때는 자기 ‘계급성’을 숨기기 위해서, 자신들의 계급적 당파성을 은폐하기 위해서 …바나나적 성격을 은폐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지난 12일 사설은 ‘미-한 정상회담, 북한 포위망 형성에 불안 남겨’라는 제목을 달았다. 일본 우파는 북한·중국 ‘포위’를 미국보다 더 좋아한다. 한반도 남북 자동분할을 반영구화할 위험성이 큰 미-일동맹 해양세력 주도의 한-미-일 공조도 같은 맥락이다. 사설은 요컨대 미국 말 안 듣고 북한에 유화적인 한국 정부가 문제라는 내용이다. 이에 공명하는 한국내 바나나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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