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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7:26 수정 : 2005.06.16 17:26

작가정신 펴냄 ‘감각의 박물학’

인간의 감각에 대한 책이 있다면, 그 책은 어떤 분야의 서가에 꽂히게 될까? 우선, 감각은 신체 능력 중 하나이고, 그러므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과학 분야로 분류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세상 모든 것을 느끼고 아는 것, 즉 감각은 인간 고유의 특성인 감수성을 탄생시킨다. 감수성은 시를 쓰게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하고, 노래를 부르게 한다. 따라서 감각은 예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듯, 인간의 모든 활동과 연관되어 있는 감각은 과학과 예술, 나아가 철학, 인류학 등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주제다.

<감각의 박물학>은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감각이라는 프리즘으로 조망한 매우 색다른 인문서다. 저자인 다이앤 애커먼은 수많은 문학·예술·과학의 사례를 제시하고 사적인 경험을 곁들여 세상과 인간을 잇는 연결고리인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과 문학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여러 상을 받은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시적인 감수성으로 감각의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1990년에 처음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어 20세기의 고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국내에도 약 10년 전에 <열린 감각>으로 출간되었으나, 그대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자주 다른 책의 참고문헌 목록에 올랐으며, 많은 저술에 인용되곤 했다. 직접 이 책을 접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아름다운 문장과 독특한 시선을 접한 사람은 드물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번역해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이 책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다른 출판사의 편집자한테서 ‘그 책을 낸다는 소식 들었다, 기대 많이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아는 사람은 ‘알아주는 책’이었던 것이다.

감각에 대한 감각적인 텍스트이니만큼, 책도 감각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우선 저자의 시적인 문장은 최대한 살려 번역하고 교정했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공감각 등 각 감각에 해당하는 장이 시작되는 부분에는 그 내용에 맞는 아름다운 도판을 실었다. 글의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표지는 고전 미술작품을 변형해 디자인하였다. ‘A Natural History of the Senses'라는 원제목은, 여러 측면에서 감각을 조명한다는 의미에서 ‘감각의 박물학’이라고 정했다.

눈과 귀, 모든 감각이 활짝 문을 여는 7월 중순, 이 책은 ‘시와 철학으로 지은 아름다운 성전, 감각의 모든 것’이라는 문구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아주 많지는 않지만, ‘알아봐주는’ 독자들의 손에서 그 꽃망울을 터뜨렸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편집자에게는 이어 한 달 간격으로 출간한 다른 두 권의 인문서 <영원한 어린아이, 인간> <사자와 권력>을 이끌어주는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감각이란 세계와 나 사이에 놓은 창이다.’ 그리고 책 역시 그러하다. 그 창을 통해 세계를 보고, 세계와 만남으로써,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인식함으로써, 나라는 존재에 가 닿을 수 있으므로. 손미선/작가정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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