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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6 19:10 수정 : 2005.06.16 19:10

이규보 <동명왕의 노래> <조물주에게 묻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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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출판사가 북한 문예출판사의 ‘조선고전문학선집’ 남쪽 출판권을 확보해 내고 있는 ‘겨레고전문학선집’의 제5~7권이 나왔다. 새로 나온 세 권은 고려시대 편으로, 고려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이규보의 시와 산문을 모은 <동명왕의 노래>와 <조물주에게 묻노라>(이상 김상훈·류희정 옮김), 그리고 <역옹패설>의 엮은이 이제현의 시문집 <길에서 띄우는 편지>(신구현·상민·김찬순 옮김)다.

고려 중기에 태어나 무인정권의 등장과 몽골의 침략 등 격동기를 살다 간 이규보(1168~1241)는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론 철학자이며 뛰어난 시인 작가”(김하명 북한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장)로 일컬어진다. 그는 평생 8천여 수의 시를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가운데 2천여 수가 남아 전한다. 그는 고구려 건국신화를 장쾌하게 노래한 <동명왕편> 등의 시에서 민족 주체성을 드높였는가 하면, <길가에 버린 아이를 두고> <농사꾼에게 청주와 이밥을 못 먹게 한단 말을 듣고>와 같은 사회성 짙은 시에서는 약자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실천적 지식인의 면모를 선보였다.

“장안에 호화롭게 잘사는 집엔/보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도다/구슬같이 흰 입쌀밥을/말이나 개가 먹기도 하고/기름같이 맛있는 청주를/아이종들도 마음대로 마시누나.//이것이야 모두 다 농사꾼이 이룩한 것/그들이야 본디 무엇이 있었으랴./농민의 피땀을 빨아 모아선/제 팔자 좋아 부자가 되었다 하네.//(…)//구슬같이 희디흰 이밥과/고인 물같이 맑은 술은/바로 농사꾼이 만든 것이라/그들이 먹는것을 하늘인들 허물하랴.”(<농사꾼에게 청주와 이밥을 못 먹게 한단 말을 듣고>)

북 문예출판사 ‘조선고전문학선집’
보리출판사서 판권 확보 5~7권 내

시 짓기에 일가를 이룬 이로서 그는 시에 관한 시, 그러니까 시론(詩論)에 해당하는 시도 여럿 남겼는데, 겉치레일 뿐인 꾸밈을 배격하고 진실된 울림을 강조한 대목은 지금 읽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버려야 할 것은/깎고 아로새겨 곱게만 하는 버릇/곱게 하는 것이 나쁘기야 하랴./겉치레에도 품을 들여야 하지만/곱게만 하려다 알맹이를 놓치면/시의 참뜻은 잃어버린 것이다.//요즈음 시 짓는 사람들은/시로 사람을 깨우칠 줄 모르도다./겉으로는 울긋불긋 단청을 하고/내용은 산뜻한 것만 찾누나.//시의 내용이란 진리에서 나옴이라/되는대로 가져다 붙일 수는 없는 일/진리는 찾기 힘들다 하여/애써 겉모양만 곱게 다듬어/이것으로 사람들을 눈부시게 하여/내용이 빈 것을 가리려고 하누나.”(<시에 대하여>)


이제현(1287~1367)은 원나라의 내정 간섭이 극심하던 고려 후기에 벼슬을 시작했으며, 특히 30년에 걸쳐 다섯 차례나 중국에 다녀온 ‘중국통’이었다. 그러나 고려 정부의 대변인 노릇을 하며 한족 학자들과 널리 교유하면서도 고국을 향한 그리움은 오히려 더욱 커져만 갔다.

“늦가을 궂은비는 청신수에 흩뿌리고/저문 날 구름 깃은 백제성에 걸렸도다./고국의 순챗국이 양고기보다 낫거니/돌아갈까 말까를 점칠 까닭 있으랴.”(<고국에 돌아가고파>)

충북 진천 태생으로 작가동맹 중앙위원회 고전문학분과위원장과 김일성대 언어문학연구부 교수를 지낸 옮긴이 신구현은 “그의 문학은 지배층에 대한 냉혹한 증오심과 백성들에 대한 뜨거운 동정심으로 일관되고 있으며 고상한 애국주의와 인도주의 감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평했다.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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