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6 19:50
수정 : 2005.06.16 19:50
지난 6월 초에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수학 교수 앤드류 와일즈는 2005년도 쇼우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100만달러(10억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는 360년간 미해결 문제였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하여 큰 각광을 받았고 이번에 거액의 상금까지 받았다. 이 정리는 n이 3 이상이면 방정식 xⁿ+yⁿ= zⁿ을 만족하는 0이 아닌 정수해가 없다는 것으로, 피타고라스 정리에 나오는 등식 3²+4²=5²의 예와 같이 n이 2인 경우는 이 방정식의 정수해가 많이 있다. 와일즈는 초등학생 때에 동네 도서관에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 문제를 처음 접한 뒤 일생의 과제로 삼아서 수학자가 되었고 마침내 어렸을 적 꿈을 이루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에게 상금과 같은 세속적인 관심은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었다.
아이들이 어떤 계기에 어떻게 과학자로 성장할까를 알아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수학, 인공지능, 인지과학, 예술 등의 연결을 보여준 베스트셀러 <괴델, 에셔, 바하>의 저자인 수학자 호프스태터도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에 이미 ‘수’를 사랑했고 수학자가 될 것을 알았다고 한다. 인지과학의 대가인 대니얼 데넷 박사는 6살에 이미 “너는 재미있는 질문을 많이 하는 걸 보니 철학자가 되겠다” 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이렇게 훌륭한 과학자 중에는 이미 어린 나이에 과학자가 되기를 결심한 경우가 많다.
자연현상에 대한 어렸을 때의 관심과 지적호기심이 과학자로 성장하는 데 큰 구실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모두 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호기심뿐만 아니라 자연 현상에 빠져드는 매료, 사랑, 열정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매료, 사랑,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고 아이들은 어떻게 습득할까? 지적으로 준비된 아이는 책을 통하여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열정은 감정이 개입된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되고 이 체험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부모, 선생님, 또는 멘토의 위치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나 함께 활동을 하면서 얻어진다. 따라서 부모, 형제 등이 자연의 신비를 놀랍게 생각하고 탐색하는, 감정이 담긴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식탁에서, 산보하면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장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자연에 대한 열정을 심어줄 수 있다. 초중고 학생들의 과학교육 운운 이전에 부모들, 대학생들, 일반시민들의 과학마인드를 키우는 과학문화 환경 조성이 중요한 것이 이 때문인 것이다.
이혜숙/이화여대 교수(수학)·WISE거점센터소장
hsllee@ewha.ac.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