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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6:00 수정 : 2005.06.23 16:00

지난 16일 미국 정부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를 포함한 유엔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새 상임이사국 후보를 “일본을 포함한 2개국 정도”로 제한하고 그들 나라에는 거부권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 인도, 브라질에 자국까지 4개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꾀해온 일본에겐 ‘당분간 상임이사국 진출은 물건너갔으니 신경 끄라’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절대적 후원국인 미국의 제안을 그냥 거부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덥썩 받았다가는 나머지 3개국으로부터 ‘저만 살려는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고 모양 우습게 된다. 진퇴양난이다.

속내를 말하자면, 미국은 자기몫을 줄이게 될 안보리 확대개편을 애초부터 반기지 않았고 마지못해 해야 한다면 ‘영원한 해바라기’ 일본을 집어넣되 타국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모양 갖추기로 한 나라 정도 더 추가할 생각을 한 듯하다. 독일, 인도, 브라질 3국은 이라크 침공 때 그 조짐을 보였지만, 미국으로선 탐탁찮은 상대들이다. 미국 일극체제가 아닌 다극체제의 한 축이 될 통합유럽의 주역 독일, 대미 견제 자세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와 더불어 ‘브릭스’의 일원인 인도와 브라질은 미국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본 결과 일본안은 3 대 1의 손해보는 장사가 될 수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지 않았을까. 2개국 안은 잘못되더라도 최소 1 대 1이니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중국, 한국 등과 개도국들의 반발이 심상찮다. 일본은 엔화의 위력을 앞세워 아시아, 아프리카 약소국들을 구워삶아서 중국이 손쓸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써 왔으나 결과가 신통찮다. 일본 외무성 간부에 따르면 중국은 이들 지역에 고위관리들을 몇번이나 파견하는 등 “예상 이상으로 엄청난 반대활동”을 펼쳐왔고, 그 탓인지 베트남 등 일본이 정성을 쏟아온 동남아 나라들조차 일본안 지지국 명단에 끼기를 사절했다. 한국 역시 반대활동의 전면에 서 있고, 20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쪽은 그 얘기를 제대로 꺼내지도 못했다. 한-일 정상회담 강행은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거부당하고 국내에서마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고립감을 더해가는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득점을 위한 ‘기획상품’내지 ‘정치쇼’와 같은 것이었다.

15일의 부시-푸틴 전화협의에서 러시아도 “폭넓은 합의”를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일본안에 반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외무장관조차 18일 “확대 목적이 안보리의 전면성이나 대표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슬람권 국가가 상임이사국 자리를 차지할 권리가 있다”며 일본안을 물리쳤다.

미국이 이런 역풍을 무릅쓰며 내키지 않은 무리수를 둘 리 없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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