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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더스 HQ 매니지먼트 본부장 박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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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한겨레> 인터뷰 맞아?) 네. 결혼 3년만에. 헤어질 때 다들 니가 잘했네 잘못했네 하잖아요. 나도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까, 내가 결혼엔 안 맞는 사람이더라구요. 결혼하면 조금은 자기를 희생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난 하나도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구요. -연애는 하세요? =전 일과 연애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자란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얘기하면 아마도, 연예계 종사하다보니 사생활 난잡해졌군 하실 텐데, 딱 여러분들이 하는 만큼, 그 정도. 연예계에 대한 선입견도 그래요. 연예인 매니저를 하게 되면 친구들이 멀어져요. 모두들 ‘누가 누구와 잤느냐 하는 잔인한 문제’에 너무도 관심이 많아서, “걔 진짜 그랬대? 어쨌대?” 이런 식으로 되니까 친구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죠. 물론 나도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똑 같았겠지만…. 연예인들은 사람 아닌가요? ‘X파일’때 일본 욘사마팬들 항의 -그런데 저도 그게 궁금해요. 사실 연예인 X파일보다 더 질높은 뒷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X파일 사건 때 정말 놀란 건, 우리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거였구나, 하는 거. 배우들은 모두 옆에서 너 너무 연기 잘한다, 너 너무 잘 생겼다, 이런 얘기들만 듣고 사니까. 그런데 막상 일이 터지니까 그 많던 팬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싶은 거예요. 네티즌 여론조사 때, X파일이 사실일 거라는 응답이 80% 가까이 나왔어요. 일본 <아사히신문>이 배용준 항목을 보도하니까 욘사마 팬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서 항의했어요. 근데 국내 팬들은 너무 조용한 거예요. 심지어 어떤 배우조차 “나는 안 그렇지만 걔는 그게 맞는 얘기잖아?” 이러고. 대책회의할 때 제가 그랬어요. 우리도 그리 잘한 것 없다, 연예산업이 받은 것을 사회에 제대로 환원한 바가 없으니까 이런 대접 받는 거다. 그래서 보상금을 토대로, 사회에 뭔가 보답할 일을 기획하는 중이예요. 싸이더스 HQ 매니지먼트 본부장 활약
전지현 송혜교 박신양 등 60여명 총괄
김혜수 로드 매니저로 입문…모멸 견뎌
“배우가 최대 역량 발휘할 환경 만들고
배우가 행복하면 대중도 행복해질 것” -전 사실 여배우들이 당당해지길 바라거든요. 예를 들어 멋진 영화감독이 있다, 자볼 수 있다, 그러면 ‘와이 낫’이냐(왜 안돼냐)는 거죠. 자고 나서 내가 뭘 잘못했냐? 라고 큰 소리 치는 여배우를 보고 싶어요. 남자들 중엔 그런 사람, 있잖아요. 지난 번 프리섹스주의자라고 공언했던 <안녕, 프란체스카> 신정구 작가처럼. =(대략 난감) 그런 세상이 올까요?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의 매니지먼트는 어떻게 다른가요? =여배우가 훨씬 힘들죠. 손이 많이 가요. 여배우들은 갇혀 살고 너무 외로워요. 예쁘게 타고 난 것은 부럽지만 그밖의 것은 하나도 부럽지 않아요. 어딜 마음대로 나다닐 수가 있나, 혼자서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나, 일일이 동행해줘야 하고. <해피 엔드> 베드신 찍을 때, 도연이 하고 무슨 일 때문인지 싸워서 사이가 좋지 않던 때라, 촬영현장에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얼굴 없는 미녀> 베드신 찍을 때 혜수씨가 너무 힘들어 토하기까지 하는 걸 보면서, 미안해서 도연이한테 그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넘넘 미안하다고 문자를 날렸어요. 그랬더니 “이제 알았지? 얼마나 힘든지 알았지?” 이런 내용의 답을 보내더라구요. -여성제작자들까지 여배우들이 내숭 떨면서 안 벗는다고 아우성인데요. =도연이 그렇게 CF(상업광고) 안 들어온 배우가 아닌데 <해피 엔드> 찍고 나서 뚝 끊겼어요. 한국은 여배우들의 성에 대해서 상상할 수 없이 보수적인 사회예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여배우들에게만 벗으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아니 모텔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대체 왜 그런 거죠? =제 말이 그 말이라니까요. -그런데 왜 그렇게 돈 잘 버는 여배우들이 재벌들하고 결혼 못해서 안달일까요? =전 그런 여배우들하고는 일 안해봤지만, 주로 집안이 문제인 것같아요. 소녀가장인 경우, 여배우의 수입 하나에 매달린 가족들이 이제는 간판까지 요구하거든요. -일을 처음 시작할 때는 어땠어요? =졸업하고 패션업체의 마케터로 취직했는데, 그 회사가 망했어요. 당시 팀장님 소개로 삼성에서 설립한, 불과 몇 년만에 문 닫은 스타서치라는 매니지먼트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 회사가 잘못된 것이, 초일류 매니지먼트를 하겠다면서 일류대 출신들만 뽑은 거예요. 저만 예외였어요. 그런데 매니저의 일이란 게, 처음부터 끝까지 배우들 시중드는 거거든요. 일류대 출신들이 그 일을 견뎌내겠어요? 그때 입사동기들중에 남은 건 저 하나 뿐이예요. 여배우 베드신 찍다가 토하기도 -그럼 성혜씨는 어떻게 견뎌내셨어요? =제가 워낙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어요. 학교 다닐 때도 전공보다는 영화 동아리에서 주로 놀았죠. 하지만 무엇보다 김혜수씨 덕분이죠. 당시 혜수씨가 연예인 연수입 1위 등 절정기였거든요. 일에 서툰 초보 매니저들 여러명 바뀌는 과정에서 우연히 저한테 로드 매니저 자리가 온 거예요. 운이 좋았던 게, 당시 여성 매니저들은 다 수수한 ‘박세리 과’였는데 저는 가죽점퍼에 일명 ‘크레이지 헤어’라고 하는 지금의 사자갈기머리에 화장까지 나름 하고 다녀서 기억에 남았나봐요. 그런데 지금도 “비즈니스하는 데 좋지 않다”면서 점잖게 하고 다니라는 충고를 들어요. 그 정도로 이 바닥에 보수적인 데가 있어요. -잘 나가는 여배우 옆에서 배 아프지는 않았나요? =로드 매니저 시절 땐, ‘모멸’이라는 단어가 왜 생겼는지를 실감했었죠. 스케쥴이 워낙 빡빡하니까 현장에 지각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배우한테는 화풀이 못하니까, 만만한 매니저한테 욕을 퍼붓는 거죠. ‘년’자 들어간 별 소릴 다 들었어요. 이름은 없고 ‘어이, 거기’로 통했어요. -배우들한테 계약금 주고 나면 남는 게 있나요? =별로. 한때 매니지먼트 업체가 난립하면서 계약금이 엄청 치솟아 문제가 됐었는데, 정리됐다가 요즘 또 이상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어서 걱정이예요. 모바일이나 위성 DMB(디엠비), 해외시장 등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해야 미래가 있는데. 매니지먼트 회사가 스타들 영화 개런티를 턱없이 높인다는 주장도 맞지 않아요. 스타들에게 개런티는 돈이라기보단 자존심에 대한 확인이예요. 그런데 다른 데서 누가 얼마 받았다더라 하면, 마냥 초연할 수가 없거든요. -한류가 경영에 도움이 되나요? =이 상태라면 오래 갈 수 없을 것 같아요. 국가에서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지원해 줘야 될지 모르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외국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그 매체가 황색지인지 일류지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거절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컨텐츠 기획을 할 때, 각국 문화와 정서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한 치 앞도 못내다보게 되는 거죠. 또 예를 들어 배우들 외국 나갈 때, 가서는 엄청난 환대를 받아도 여기서 나갈 때는 카메라를 댈 수 없을 정도로 찌질한 대접받고 출국하거든요. 어차피 연예산업은 환타지 산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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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책·지성 섹션 18.0°는?
금요일에 발행하는 섹션 ‘18.0°’에는 에세이와 담론, 책과 문학 이야기를 타블로이드판 32면에 모았습니다. 18.0°는 두뇌활동이 가장 활발한 대기 온도입니다.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김윤식(문학평론가)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 이재현(문화평론가) 김찬호(한양대 강의교수)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홍은택(전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 최보은(전문 인터뷰어)씨 등 우리 시대 논객들이 한국 사회와 인물들을 탐구합니다. ‘한겨레 그림판’ 초대 화백으로 한국 시사만화사에 한 획을 그은 박재동 화백의 그림도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없고, 다른 신문에도 없는, 지식과 사색의 향연으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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