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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23 16:30 수정 : 2005.06.23 16:30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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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과 박성조 교수가 2003년 9월부터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비교통일정책론’ 강의 때 원서강독으로 썼던 독일어 교재들을 학생들과 함께 번역하고 정리한 것을 토대로 묶어낸 책이다. 제목이 몹시 선정적이다. ‘뭉치면 죽는다’니?

저자는 통일 뒤 계속된 독일의 경제적 곤경을 지적하면서, 서독이 통일환상 때문에 실체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동독과 섣부르게 통일한 탓이고, “독일통일은 실패했다”고 독일인들 입을 빌려 단정한다. 남북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많이 듣던 얘기다. 저자는 “볼프강 엥글러의 ‘노동자적 사회’이론이나 한스 요아킴 마츠의 ‘감정정체론’을 통해 해석되는 북한 인민들의 이질적이고도 부정적인 모습은, 같은 민족이기에 통일은 당연하다는 지금까지의 감상적 통일론과 경제교류를 통한 점진적 통일을 꿈꾸는 기능론적 통일론의 허구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햇볕정책’론자들을 사납게 질타하는 데로 나아간다. 남북한의 “이질성을 극복할 논리와 수단은 처음부터 어디에도 없었고” “애초부터 순진한 기능주의자들”이요 “허망한 낙관론자들”이라는 것이다. 이미 남북한은 “한 민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다르며” “이런 상황에서 지금 남북한이 뭉치면 함께 죽는다”며.

섣부른 통일론을 경계하는거야 좋지만, 글쎄, 햇볕론자들 중에 한 민족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지금” 무조건 통일해야 된다고 열올리는 사람이 도대체 있기나 한지?

실패한 사회주의 체제 및 인간형의 실체를 분석한 사회학자 엥글러와 정신과의사 마츠 류의 글은 소련 등 현존 사회주의체제의 몰락 당시부터 쏟아져 나왔고, 최근 몇년간 북한을 방문한 독일인들의 관찰기들 역시 신문과 방송, 책들을 통해 이미 대부분 소개된 것들이다. 한해에 남쪽사람 수만명이 방북하는 시대 아닌가.

햇볕론자들과는 다른 저자의 대안은 그러면 뭔가? “통일에 앞서 북한 주민들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시대보편적인 정신에 맞게 재사회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며 “점진적으로 북한체제의 개혁을 유도”하는 것이란다. 뭐가 그렇게 다르다는건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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